KT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공지능(AI) 동맹’을 맺고 국내 시장에 수조원을 투입한다. 글로벌 생성 AI 시장 강자로 꼽히는 MS가 국내 기업과 AI 프로젝트로 손잡은 첫 사례다. 한국형 AI 개발 나선다
KT는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레이먼드의 MS 본사에서 MS와 AI·클라우드·정보기술(IT) 분야 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4일 발표했다. 공동 투자 규모가 수조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의 목표는 한국형 AI·클라우드·IT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다. 서비스를 개발할 기지 격인 AI·클라우드 이노베이션 센터를 구축하고, 관련 인재 양성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관련 인프라 구축 및 서비스 개발 시점은 논의 중이다.
KT 관계자는 “MS와 단순 기술 협력을 넘어 전략적 파트너가 된 것”이라며 “국내 AI·클라우드 산업 혁신과 성장을 위한 대규모 협력 및 지원 방안을 오는 9월까지 구체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김영섭 KT 대표와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 겸 이사회 의장이 참석했다. 김 대표는 “KT가 쌓아온 국내 사업 경험과 MS의 기술력을 결합하면 한국에서 경쟁력 있는 AI 혁신 파트너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며 “MS와 전방위적으로 협력해 시장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KT는 MS 기술을 활용해 공공과 금융 분야에서 데이터 및 AI 주권 확보가 가능한 수준의 보안성을 강화하는 ‘소버린 클라우드’, ‘소버린 AI’를 개발할 계획이다. 소버린 AI는 자체 인프라, 데이터, 인력을 기반으로 AI를 구축하는 국가의 역량을 뜻한다. AI 주도권 확보 전략 세운 KT이번 협약은 KT가 MS에 ‘러브콜’을 보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KT는 지난해 초거대 AI ‘믿음’을 자체 개발하는 과정에서 숱한 고비를 겪었다. 한국 AI 기업과 글로벌 선도 기업의 기술 수준이 갈수록 벌어지는 데서 한계를 느꼈다는 후문이다. 미국에선 인간 수준의 인지능력을 갖춘 범용 인공지능(AGI)으로 기술 경쟁이 본격화됐지만, 국내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활용한 서비스를 개발하는 단계다.
KT 내부에선 이같이 격차가 벌어지는 요인으로 투자비와 연구개발 인력 부족을 지목했다. 자체 기술력 확보에 얽매이기보다는 글로벌 빅테크와 손잡고 경쟁력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켜 소수 국가와 기업이 AI 시장을 독점하는 상황에서 벗어나겠다는 게 KT의 구상이다. 글로벌 빅테크의 기술력과 국가별 적용 사례를 활용하되 KT가 프로젝트 전반에 대한 주도권을 쥐고 한국형 AI 서비스를 만들어보겠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MS가 주요 국가를 대상으로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는 모양새가 심상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MS는 최근 영국과 유럽 일부 국가에 AI와 클라우드 인프라를 확장하기 위한 조 단위 투자를 약속했다. MS는 챗GPT 개발사 오픈AI에 투자하면서 글로벌 AI 시장 강자로 자리 잡았다. 아랍에미리트(UAE)의 AI·클라우드 기업 G24와도 파트너십을 맺고 소버린 클라우드 설립을 추진 중이다. MS가 G24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금액은 15억달러(약 2조663억원)에 달한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