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셀리버리, 마지막 기회 가처분신청이 관건

입력 2024-06-04 15:05
수정 2024-06-04 15:06


한국거래소가 셀리버리의 상장폐지 결정을 내리면서 정리매매 개시를 앞두고 있다. 회사 측이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는 가처분신청이다. 가처분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성장성 특례상장 1호 셀리버리는 코스닥에서 사라질 전망이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일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셀리버리의 상장폐지 심사를 위해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를 개최했다. 기심위 결과 셀리버리의 주권을 상장폐지하기로 심의·의결했다.

앞서 셀리버리는 지난해 3월 외부감사인이 2022년도 연결 및 개별 재무제표에 대해 의견거절 감사의견을 제출하면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 거래가 정지됐다. 이후 거래소에 이의신청을 했고, 1년 동안 개선기간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2023년도 재무제표에 대해서도 의견거절을 받으면서 거래재개가 불투명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이번 상장폐지 결정과 관련해 거래소 관계자는 “상장사에 부여한 개선기간이 종료되면 이행계획서를 제출한다”며 “보통 회사들이 의견거절 감사보고서를 개선해 제대로 된 감사보고서를 가져오고, 회계법인과 재감사 계약을 체결하는 등 개선의 여지를 피력한다”고 말했다.

셀리버리는 거래소가 부여한 개선기간 1년 동안 사실상 거래 재개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거래소 측은 “하지만 감사의견이 반영된 감사보고서도 가져오지 않았고, 2023년 사업연도에 대해서도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며 “회사에 기회를 주기 위해 속개를 하는 방법도 있지만, 셀리버리는 정량적인 요건을 아무것도 해결해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셀리버리의 사례는 거래소의 3심제도를 활용할 수 있었던 신라젠과 다르다. 앞서 신라젠은 문은성 전 대표가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회사 지분을 부당하게 취득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되면서 거래정지됐다.

코스닥시장 상장 규정에 따르면 거래소는 일정 규모 이상의 횡령·배임 혐의가 확인될 경우 기업의 계속성이나 경영의 투명성, 시장 건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업의 상장폐지를 심의·의결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에 의한 상장폐지이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는 3심제(기업심사위원회→시장위원회→시장위원회)로 진행한다. 1심 기심위에서 개선기간 1년을 부여받고, 다시 기심위를 개최하면 상장폐지 또는 거래재개 결정밖에 없다. 두 번째 개선기간 부여 옵션은 2심으로 넘어가야만 다시 생긴다. 신라젠은 2020년 11월 1심 격인 기심위에서 1년 개선기간을 부여받았고, 2022년 1월 상장폐지로 의결됐다.

2심인 시장위원회에서는 상장폐지, 거래재개, 개선기간 부여 중에서 결론을 내린다. 신라젠은 즉각 이의신청을 했고, 그해 2월 시장위원회가 재차 6개월의 개선기간을 부여했다. 2022년 10월 시장위원회에서 상장유지 결정을 내리면서, 2년 5개월 만에 거래재개에 성공했다.

반면 셀리버리는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이다. 거래소 내부의 담당 부서도 다르다. 형식적 상장폐지는 공시팀에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는 기업심사팀에서 검토한다. 형식적 상장폐지는 거래소가 이미 한 번의 개선기간을 부여하고, 개선기간 종료 이후에도 상장폐지 결정을 내리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행정소송으로 다투어야 한다.

거래소 관계자는 “셀리버리의 경우 회사 측이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하면, 거래소는 법원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상장폐지와 정리매매를 정지한다”며 “다만 법원에서 가처분신청을 인용하지 않으면, 곧바로 상장폐지 절차는 개시된다”고 덧붙였다.

2022년 3월 지나인제약은 전년 자본잠식 409.44%인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1년 개선기간을 부여받았고, 2023년 5월 개최된 기심위에서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지나인제약은 즉각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거래소는 투자자보호를 위해 법원 결정 확인 시까지 예정된 상장폐지 절차(정리매매 등)를 보류했다. 하지만 2023년 7월 법원이 지나인제약의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최종 상장폐지가 확정되면서 정리매매가 개시됐고, 코스닥 시장에서 사라졌다.

셀리버리의 1분기 보고서 기준 소액주주는 5만4593명, 83.62%를 차지한다. 최대주주인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는 13.32%를 보유하고 있다. 셀리버리가 가처분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오는 5일 곧바로 정리매매 절차가 시작된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