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이 책임준공을 확약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준주거 시설 사업장이 좌초 위기에 직면했다. 태영건설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 실사 회계법인이 해당 사업장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냈는데도 선순위 채권자인 과학기술인공제회가 ‘공매’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이 최근 내놓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방안’ 기준 역시 채권단 이해관계에 따라 시장에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개발업계에 따르면 반포동 59의 3 일대 도시형생활주택·오피스텔 사업의 시행사 반포센트럴피에프브이(PFV)와 시공사인 태영건설은 최근 ‘추가 대출 없이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채권단에게 전달했다. 당초 후분양이던 분양 시기를 선분양으로 당겨 사업비를 조달하겠다는 계획이다. 준공 후 받는 분양대금을 일시에 PF 대출 상환에 활용하는 후분양 사업장과 달리 선분양 사업장은 계약금과 중도금 등을 미리 받아 대주의 추가 대출 부담을 덜 수 있다.
이 사업은 반포동 고속버스터미널 인근에 지하 4층~지상 20층 도시형생활주택 72가구, 오피스텔 25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 사업에 과기공은 선순위 936억원과 중순위 350억원, KB증권은 중순위 150억원과 후순위 100억원의 대출을 내줬다. 반포 사업장은 태영건설이 채권단에게 유일하게 정상화 계획을 제출하지 못한 곳이다.
과기공은 지난달 초 시행사와 채권단에게 채권 회수 절차에 나서겠다고 통보했다. 과기공은 시행사의 선분양 방침에 따라 일단 재검토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개발업계에선 과기공의 채권 회수 방침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태영건설 사업장 중 가장 알짜로 꼽히는 곳이어서다. 사업지 실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과 산업은행도 ‘계속사업’ 의견을 냈다. 업계 관계자는 “과기공이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입장을 정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최근 경매시장 분위기와 과기공이 중순위 대출까지 참여한 점을 고려하면 공매를 강행할 경우 과기공도 일부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내놓은 ‘부동산 PF 옥석 가리기’ 기준이 유명무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반포 사업장은 2022년 8월 본 PF로 전환(만기 2026년 4월)해 한 번도 대출 연장을 하지 않은 사업장이다. 금융당국의 기준에 따르면 ‘양호’에서 ‘보통’ 사이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공매에 나오면 태영건설의 재무 부담이 늘어날 뿐 아니라 투자자와 하도급 업체 등에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