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꿈’ 산유국 재진입의 실현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국정 브리핑에서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밝혀 많은 국민을 들뜨게 했다. 윤 대통령이 밝힌 매장 규모는 140억 배럴, 우리나라가 최대 29년(천연가스), 4년(석유)간 쓸 수 있는 규모다. 브리핑에 배석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삼성전자 시가총액 5배 수준의 가치를 가졌다”고 했는데 2000조원이 넘는다. 추정치 그대로라면 재정 수익과 함께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크나큰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는 에너지 자급률이 극도로 낮지만 소비는 많아 근본적으로 에너지 안보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녔다.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석유와 가스를 공급받을 수 있다면 에너지 자립에도 큰 힘이 된다. 현재는 대부분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석유, 가스 등의 국제 가격이 급등하면 고스란히 무역적자로 이어진다. 지난해에는 에너지 가격 안정으로 부담이 좀 줄었지만 2022년에는 에너지 수입에만 전년보다 100조원을 더 지출해야 했다. 비단 가격 문제를 떠나 중동·아랍권에서 정정이라도 불안해지면 수급을 걱정해야 하는 게 우리 에너지 현실이다. 우리 의지 밖 외부 환경에 따라 언제든지 에너지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이런 판에 해외자원 개발도 10여 년간 멈춰 있다. 2015년 16%로 정점을 찍은 석유·가스 자원개발률은 2022년 10%대로 추락했다. 에너지 대계는커녕 전 정부의 해외자원 개발을 적폐로 낙인찍어 온 탓이다. 다행히 어제 정부가 해외자원 개발 사업에 대한 융자 비율을 높이는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만큼 차제에 해외자원 확보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연말에 탐사 시추에 들어간다고 해도 내년 상반기에나 어느 정도 윤곽을 그릴 수 있다고 하니 조금은 차분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당장 어제 주식시장에선 한국가스공사 등 관련 기업 주가가 급등했다. 그간의 우리나라 증시 행태로 볼 때 유전 테마주 찾기 과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런 점은 투자자들도 유의해야 한다. 정부는 앞으로 탐사 진행 과정을 적기에 투명하게 공개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