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글렀네"…20대, 돈 모아 서울 아파트 사려면 '충격'

입력 2024-06-03 14:06
수정 2024-06-03 14:16

20대가 저축으로 서울에 있는 아파트를 사려면 86년이 넘게 걸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3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민주노동연구원이 발표한 '부동산 폭등기(2014~2023) 청년가구 재정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연평균 매매가격은 2014년 4억8720만원에서 2022년 12억7380만원으로 2.6배 상승했다.

이를 기반으로 역산하면 20대가 작년 기준 저축가능액으로 서울 아파트 구입에 필요한 기간은 86년 4개월이었다. 2014년 39년 5개월에서 46년 이상 급증했다.

20대가 노동소득 의존도가 가장 높지만,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지면서 소득 여건이 악화하고 소비지출 여력이 줄어든 탓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게 연구원의 설명이다.

2014년 대비 2023년 연령대별 소득 증가율은 전체 평균 45.17%인데, 20대는 21.02%로 30대(45.52%), 40대(51.98%) 등에 비해 가장 낮았다.

경상소득 대비 노동소득 비중은 전체 평균 64.37%였다. 연령대로 살펴보면 20대(82.50%), 30대(79.30%), 40대(70.85%), 50대(67.81%), 60대 이상(41.06%)으로 20대가 가장 높았다. 하지만 2015년부터 2023년까지 노동소득 연평균 증가율 중 20대가 1.87%로 30대(4.16%), 40대(5.54%), 50대(5.39%)보다 크게 낮았다.

연구원은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함에 따라 경쟁이 심화하면서 소득 여건도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와도 연관돼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임금과 고용 안정성 등의 근로조건에서 질적으로 큰 차이가 발생해 노동시장이 사실상 두 개로 나뉜 것을 뜻한다. 2022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15~29세 고용률은 54.6%인데 우리나라는 46.6%로 평균을 밑돌았다. 대학 진학이나 결혼 등 현실적 여건을 고려한 25~39세 고용률 역시 OECD 평균 87.4%보다 12.1%포인트(p) 낮은 75.3%였다.

연구원은 "청년세대 내 자산 불평등 확대는 소득 격차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의 대물림이 근저에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진입의 출발선부터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기회의 불평등을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청년세대 기회의 평등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확장하고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늘리는 동시에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주택가격을 하향 안정화하고 중소형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대폭 늘려 청년세대 주거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