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각각 다른 정당이 맡고, 운영위원장은 여당이 가져가는 국회 관례를 이번에는 깰 것인지가 관건이다.
단독 171석의 다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법사위와 운영위를 여당에 넘길 수 없다며 '법대로', '다수결에 따라' 결론을 낼 것이라고 여당을 압박하는 한편, 국민의힘은 국회의 '견제와 균형'을 강조하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여당과 대화하고 타협하되, 시한 내에 합의가 되지 않으면 국회법과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결론을 내는 것이 민주주의 원리에 부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법이 정한 시한 내에 결론을 내야 한다는 것이 민주당의 확고한 입장"이라며 오는 7일 본회의에서 야당 단독으로 표결해 상임위를 배분할 것임을 시사했다. 국회법상 원 구성 협상 시한이 이달 7일이다.
그는 "자신들의 안조차 내놓지 않고, 자꾸 언론을 상대로 관례 이야기만 반복하는데, 이것은 명백한 시간 끌기"라며 "민주당은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줬다"고 강조했다.
이에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만약 더불어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겠다면 국회의장은 국민의힘이 맡아야 한다. 그것이 견제와 균형"이라고 주장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국회의장은 1당인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은 2당인 국민의힘이 맡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현재 22대 원 구성 관련 협상에 진척이 없어서 답답한 마음"이라며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민주당은 다수당이라는 이유만으로 소수당 굴복만을 강요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역사상 이런 1당은 없었다. 민주당은 국회법 정신과 국회 관례를 무시하면서 의회 독재를 꿈꾸고 있다"며 "총선에서 다수의석을 차지한 것만으로 민의라 외치며 국회의장과 상임위 전체를 독식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례는 견제와 균형, 협치를 통한 의회 민주주의 실현을 통해 우리 국회가 오랜 역사 속에서 만들어 온 것"이라며 "운영위원장은 책임 있는 국정운영을 위해 여당이 맡아야 한다. 이는 지난 87년 민주화 이후인 13대 국회 때부터 변함없이 지켜온 국회 원 구성 관례다. 민주당이 소수 여당일 때도 변함없이 주장하고 존중한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추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원 구성 협상에서 이제 힘 자랑하며 떼를 쓰는 정치를 그만하기를 바란다"며 "남의 것을 다 빼앗아 무리하게 드시면 큰 배탈이 난다는 것을 유념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여야의 국회 원 구성이 지연되면서 22대 국회 역시 '지각 개원'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회에 따르면, 교섭단체 협상으로 원 구성을 시작한 1988년 13대 국회 전반기부터 21대 국회까지 모두 18차례 원 구성 가운데, 국회법상 시한을 준수한 경우는 임기 개시 9일 만에 문을 연 18대 후반기 단 한 차례뿐이었다.
최악의 원 구성 협상 진통을 겪은 14대 전반기 국회 때는 국회의장 선출에만 한 달이 소요됐고, 그 뒤로 약 석 달이 지난 후에야 상임위원장 선출이 완료됐다. 국회가 정식으로 문을 여는 데 125일이 걸렸다.
직전 21대 국회는 2020년 6월 16일에 원 구성을 완료해 47일이 걸렸다. 13대 이후 원 구성에는 평균 41.7일이 걸렸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