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빌라·다세대주택 집주인이 직방·KB부동산·당근마켓에서 자신의 세금 납부현황과 신용점수 공개에 동의하면 '클린임대인' 마크가 달린다. 전세사기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빌라 거래가 급감해 임차인 뿐 아니라 임대인도 피해를 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서울시는 국민은행과 직방, 당근마켓과 '클린임대인 시범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3일 밝혔다. 서울시는 클린임대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민간 부동산 플랫폼은 클린임대인 매물 표출(클린주택 마크)와 관리 등에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곽산업 국민은행 디지털사업그룹 부행장, 민지영 직방 부사장, 황도영 당근마켓 대표 등이 이날 협약식에 참석했다.
서울시는 클린임대인 제도를 오는 11월까지 시범 추진할 계획이다. 임대차 계약 전에 임차주택의 권리관계와 집주인의 신용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제도다. 서울시는 제도 시행에 따른 효과를 분석해 확대 적용을 검토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책에 클린임대인 제도를 더해 빌라 시장에 숨통을 틔운다는 목표"라고 밝혔다.
클린임대인 제도는 클린임대인 등록과 클린주택 인증, 클린마크 부착 등 세 가지다. 집주인이 임대차 계약 때 주택의 권리관계와 신용정보 공개를 약속하면 클린임대인이 된다. 이 주택 중 권리관계가 깨끗한 집은 클린주택으로 인증된다. 클린주택이 부동산 플랫폼의 매물정보에 오르면 클린마크가 붙는다.
클린임대인이 공개하기로 약속한 주요 정보는 클린주택의 권리관계, 국세ㆍ지방세 납입현황, KCB(코리아크레딧뷰로) 신용점수 등이다. 클린임대인 등록 때 필요서류는 전입세대 확인서(동거인 포함)와 등기부등본, 납부세액조회결과(국세), 체납·수납확인 조회결과(지방세), 확정일자 부여현황, 임대인 신용점수, 보증가입 확약과 보유주택수 확인서, SH공동계약 동의서다. 클린임대인은 임차인에게 정보를 매물구경 때 1회, 임대차계약서 작성 때 1회로 최소 2회 공개하게 된다.
시범 사업단계에서는 서울 시내 소재 다세대 빌라 주택을 3가구 이하 보유한 생계형 임대인(KCB신용점수 891점 이상)을 대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시범사업 대상 ‘클린주택’의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 예방을 위해 전세금반환보증가입 지원과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공동임차인 계약 등 전세보증금 보호를 위한 제도적 안전망도 마련해 주기로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건전한 임대차 계약문화 정착의 첫 단추는 임대인의 금융·신용정보 공개에 있다는 목소리가 계속돼 ‘클린임대인’ 제도를 시범 도입키로 했다”며 “이 제도를 통해 위축된 빌라 전세시장이 활력을 되찾고, 나아가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임대차 계약문화가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안성우 직방 대표는 “그동안 지킴중개서비스 등을 통해 부동산시장 내 정보 불균형으로 인한 전세사기, 허위매물 등을 해결하고자 노력해 왔다"며 "이번 협약을 계기로 더 신뢰할 수 있는 부동산 거래환경을 제공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번 제도를 설계한 계기로 최근 연립·다세대주택 임대인(158명)과 공인중개사(328명)를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들었다. 해당 조사에서 임대인 중 70%(112명)는 임대인의 신용정보를 공개해 물건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전체의 65%(104명)는 초기 인센티브로 보증료 가입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공인중개사 응답자 중 53%(175명)는 전세매물 적체 현상 해소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도 응답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