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췌장암 유전체 분석…기저형 많으면 경과 나빠"

입력 2024-06-03 09:40
수정 2024-06-03 09:41


국내 연구팀이 생존율이 낮은 췌장암 비밀을 풀 열쇠를 찾았다. 전이 암에 많은 유전자를 확인하고 췌장암이 종양세포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면역기능을 억제한다는 것을 규명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이종균·박주경 소화기내과 교수, 이민우 영상의학과 교수, 김혜민 메타지놈센터 연구원과 이세민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팀이 췌장암의 단일세포 전사체 데이터를 분석해 국제학술지 분자암 최근호에 발표했다고 3일 밝혔다.

연구팀은 췌장암이 진화·전이하는 방식을 규명하고 면역 억제 미세 환경을 형성하는 과정을 밝혔다. 췌장암 세포가 빨리 자라고 전이가 잘 발생하는 이유, 치료가 잘 듣지 않는 방식으로 진화하는 과정 등을 분자 수준에서 살핀 것이다.

이번 연구엔 췌장암 환자 21명이 참여했다. 췌장암 3기가 6명(29%), 4기가 15명(71%)이었다. 4기 환자 15명 중 13명은 간으로, 2명은 간이 아닌 뼈나 림프절로 전이됐다. 전체 생존기간(OS) 중앙값은 9.7개월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21개 원발성 췌장암 조직과 표본, 7개 간 전이 표본을 활용해 단일 세포 전사체 데이터 분석을 했다. 췌장암 세부 유형에서 기본형(Classical)과 기저형(Basal-like) 모두 상피-중간엽전이(EMT)가 활성화되어 암세포가 다른 부위로 이동하는 전이를 일으켰다. 기본형에서는 ETV1, 기저형에서는 KRAS 유전자가 더 자주 관찰됐다. 이들은 모두 암세포의 빠른 성장과 전이를 촉진하는데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저형 세포 비율이 22%만 돼도 치료 경과가 더 나빠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췌장암 환자 생존율을 단축시키는 데 기저형이 암조직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결정적이라는 것도 밝혀졌다.

기본형 56%, 기저형 36%이었던 환자는 항암제가 듣지 않아 5.3개월 때 사망했다. 기저형 없이 정상형과 기본형으로 구성된 환자는 치료 반응이 좋아 45.6개월간 추적 관찰이 진행됐고 연구 종료시점에도 생존해 있었다.

췌장암 진화 과정에서 종양 세포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면역억제 환경이 조성된다는 것도 규명했다. 인접 장기인 간에 전이되면 면역 억제 특성을 가진 염증 세포 집단이 다른 부위보다 많아졌다.

박주경 교수는 "췌장암에 대해 분자 수준에서 이해를 보다 정확히 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새로운 치료 전략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난치암이라고 지레 포기하는 환자들이 없도록 돌파구를 찾기 위해 멈추지 않고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NRF)의 지원을 받았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