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배우 아니었어? 엔플라잉이었어?"
방영 내내 화제성 1위를 차지했던 tvN '선재 업고 튀어'에 출연한 밴드 엔플라잉 리더 이승협이 가장 많이 들었다는 반응이었다. 엔플라잉의 키보드와 기타를 담당하며 대표곡으로 꼽히는 '옥탑방'을 작사, 작곡, 편곡까지 했을 정도로 음악적인 기량을 뽐내던 이승협이 극 중에서도 밴드 이클립스의 리더이자 기타를 담당했다는 점에서 '본체'와 공통점이 많았다는 의견도 줄을 이뤘다.
하지만 실제로 마주한 이승협은 보다 차분하고, 말수도 많지 않은 '대구 남자 스타일'이었다. "인혁이와 제가 평소 성격이 전혀 다르다"며 "콘서트 장면이 가장 편했다"고 할 정도로 자신과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찰떡"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호평을 끌어낸 것.
지난 28일 종영한 '선재 업고 튀어'는 새로운 삶을 살게 해준 '최애' 이클립스 류선재(변우석 분)의 죽음을 막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 고군분투하는 열성팬 임솔(김혜윤 분)의 모습을 담은 작품. 이승협이 연기한 백인혁은 류선재와 임솔의 고등학교 시절부터 함께한 친구이자 류선재가 소속된 밴드 이클립스의 리더이다.
'선재 업고 튀어'에서 주목받긴 했지만, 이승협은 2017년 OCN '구해줘'를 시작으로 플레이리스트 웹드라마 '연애포차', JTBC '알고있지만', tvN '별똥별'까지 꾸준히 연기를 해왔다. 이미 차기작 tvN '엄마친구아들' 캐스팅이 확정됐을 정도로 연기자로서도 존재감을 굳히고 있다.
"20대 초반엔 음악만 하자고 했어요. 음악만 하고 싶어서 고향인 대구에서 서울로 왔고, FNC에 오기 전에 있던 회사에서 댄스그룹을 준비시켜서 나왔거든요. 그러다 '구해줘'라는 작품에 출연하게 됐고, 애들을 괴롭히는 작은 역할이었지만 그때 함께 했던 분들과 합을 맞추는 에너지가 너무 좋더라고요. 연기를 잘하는 모습도 멋있고요. 그래서 계속 연기를 하게 됐어요."
인터뷰가 진행된 날은 이클립스 앨범 사전 판매가 시작된 시기였다. 이승협은 "이클립스가 엔플라잉을 넘어서면 속상할 거 같다"고 솔직하게 말하면서도 "이렇게 과몰입하는 분들께 감사하다"면서 백인혁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미소를 보였다.
그런 이승협이 보기에 가장 이해하기 힘들었던 백인혁의 행동은 멤버 1명이 빠진 사진을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올리고, 그 멤버가 "여자랑 호텔에 들어갔다"는 댓글을 보고 웃으며 전화하는 부분이었다고. 해당 장면은 류선재가 이클립스 공연을 마친 후 임솔과 재회해 "조용히 대화하자"면서 호텔에 있는 라운지 바로 데려간 것으로, 극 중 백인혁은 해맑게 류선재에게 "그 여자 누구냐"고 물어봐 어이없는 웃음을 자아낸다.
이승협은 "멤버가 없는 사진을 올리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데, 그 멤버가 '여자랑 호텔로 들어갔다'는 말을 듣고 어떻게 웃을 수 있냐"면서 백인혁의 행동을 지적해 폭소케 했다.
"저는 아이돌 생활을 오래해서인지, 이게 정말 심각한 사안이라고 느꼈거든요. 저희 멤버라 생각하면 웃으면서 할 얘긴 아닌거 같더라고요. '기자들이 대기타고 있을걸?', '여자 누구냐?'란 말이 나올까 싶어서 감독님께 말씀드리기도 했어요. 그런데 '가볍게 가자'고 하시더라고요. 시청자들이 봤을 때, 그게 중요하지 않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이해하게 됐어요. 그래도 아이돌판을 아시는 분들은 말이 안 되는 걸 아실 거예요."
'선재 업고 튀어'의 가장 큰 성과로 "엔플라잉 이승협이라는 걸 알렸다"는 걸 꼽을 정도로 연기뿐 아니라 팀에 대한 애정도 숨기지 않는 이승협이었다. "'선재 업고 튀어' 출연 후 아침 루틴이 인스타그램 계정을 열어보는 걸로 시작됐다"고 고백한 그는 "방송 시작 후 30만명 정도 더 늘었다"고 전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이승협은 이클립스란 이름으로 '선재 업고 튀어'의 OST에 참여했을 뿐 아니라 본체 엔플라잉으로도 '스타'(Star)를 불렀다. 또한 엔플라잉 유회승이 '그랬나봐'를 가창하기도 했다. '선재 업고 튀어' 속 모습과 실제 모습, 분위기가 전혀 다르기에 "밖에서는 알아보는 사람이 많다"고 했지만, '선재 업고 튀어'의 주목받으면서 엔플라잉 콘서트는 예매 시작 직후 서버가 마비돼 1회 공연을 추가 편성할 정도였다.
"연기와 음악은 다른 즐거움을 준다"면서 "모두 열심히 하고 싶다"는 이승협은 차기작 '엄마 친구 아들' 캐릭터가 헬스 트레이너라는 설정이기에 "요즘 몸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면서도 콘서트 준비에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저는 엔플라잉 멤버들과 오랫동안 밴드를 하는 게 목표에요. 제가 항상 '우리 80세까지 밴드하자'고 하거든요. 오래 음악하는 선배님들처럼, 저희도 이 멤버로 쭉 갔으면 좋겠고, 그렇게 오래 음악을 할 수 있는 게 우리라는 걸 증명하고 싶어요. 연기자로는 아직 경험이 많지 않아 현장에서 부족함을 느끼지만 작품마다 바뀌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연기도, 음악도 잘하고 싶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