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저임금 범위 더 넓히자" 기업 압박하는 野

입력 2024-06-02 19:05
수정 2024-07-04 19:22
22대 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회에 배속된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3인방에 대한 경영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들은 노동계 출신으로 관련 이슈에 관심이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21대 국회를 통과했다가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막힌 파업조장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보다 강한 내용이 담긴 법안을 ‘1호 법안’으로 내거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서다.

가장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는 이용우 의원이다. 한국GM에서 비정규직 근로자로 5년 일하고 변호사가 된 뒤에도 노동 문제만 전문으로 다뤄왔다. 그는 우선 근로자 정의를 크게 확대하는 노동조합법 2조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현재는 단체교섭권 등이 없는 택배기사 등 특수고용직 근로자에게 더 많은 권한을 준다는 계획이다. 이 의원은 “사용자에게 초점을 맞춘 노조법 2조 개정안이 다루지 못하는 근로자까지 포괄할 수 있도록 손질하려 한다”고 말했다.

2조 개정안은 근로계약을 직접 체결한 당사자가 아니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도 단체교섭 대상자인 사용자의 범위에 포함한다. 이렇게 되면 현대자동차 하청업체 근로자들도 성과급 확대 등을 요구하며 현대차를 상대로 파업을 벌이는 게 가능해진다. 여기에 플랫폼 근로자까지 단체교섭 대상에 오르면 사용자가 체감하는 ‘노조 리스크’는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 의원은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권 등 방어권을 무력화하는 기존 파업조장법도 불충분하다고 봤다. “노조가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권의 위협에서 실질적으로 벗어날 수 있는 방향으로 보완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기존 개정안은 ‘불법 파업이 벌어지는 경우 법원이 배상 책임자별로 귀책 사유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형식적으로 증명 책임이 법원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무적으로는 불법파업 배상 청구가 어려워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노총 부위원장 출신으로 원내에 입성한 박해철 의원은 ‘노동 5법 패키지’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해당 법안 중에는 ‘최저임금 보장 강화법’이 기업의 부담을 높일 전망이다. 수습 기간에 있는 근로자와 장애인도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 포함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현행법에서는 장애인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을 제외하고, 수습 근로자는 최저임금의 90%까지만 인정한다. 이와 관련해 경제계에선 “업무 성과가 다른 근로자가 일률적으로 동일한 임금을 받는 것은 오히려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장애인에 대한 최저임금 보장이 장애인 일자리를 줄일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HD현대중공업 등이 자리해 노조 입김이 센 울산 동구에서 당선된 김태선 의원은 조선업 근로자에 대한 임금 인상을 원내에서 요구하고 있다. 그는 “조선업황이 어려웠던 2010년대 중반 기업들이 임금을 깎고 일자리를 줄였다”며 “이제는 조선업 경기가 회복된 만큼 이를 원상복구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최근 지역구의 조선업계 경영진 및 노조와 잇달아 간담회를 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이들 노동계 출신 의원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환노위에 배정된 민주당 의원은 8명이지만 상당수는 본인의 지망과 상관없이 떠밀려왔다”며 “노동계 현안에 전문성을 갖추고 관심도 높은 이 의원 등이 환노위를 넘어 민주당의 노동 이슈를 주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