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빚이 많아 채권은행으로부터 재무안정성 평가를 받아야 하는 ‘주채무계열’ 기업군에 총 36곳이 지정됐다고 2일 발표했다. 빚이 늘어난 쿠팡, 호반건설, 에코프로, 셀트리온 등 4개 계열이 신규 편입됐다. SK그룹은 총차입금이 가장 많은 그룹에 이름을 올렸다.
금감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차입금이 2조1618억원, 은행권 신용공여 잔액이 1조3322억원 이상인 주채무계열 기업은 36개로 집계됐다. 이들의 작년 말 기준 은행권 신용공여액은 338조9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신용공여액(총 38곳·322조6000억원)보다 16조3000억원(5.1%) 늘었다.
주채무계열을 지정하는 것은 주채권은행이 주요 대기업 그룹의 재무구조를 매년 평가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재무 상태가 악화한 그룹은 별도 약정을 맺어 재무구조 개선을 유도한다. 은행업감독규정상 전년 말 총차입금이 직전 연도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0.1% 이상이고, 전년 말 은행권 신용공여 잔액이 직전 연도 말 전체 은행권 기업 신용공여 잔액 대비 0.075% 이상이면 주채무계열로 분류된다.
올해 새로 이름을 올린 쿠팡, 에코프로, 호반건설은 신규 투자 확대 등에 따른 차입 증가로, 셀트리온은 계열사 합병 등을 위한 자금 조달로 주채무계열에 새로 포함됐다. 현대백화점과 넷마블, DN은 차입금 상환으로 주채무계열에서 벗어났다. 세아는 총차입금 선정 기준 미달이 제외 이유였다. 태영은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 개시로, 대우조선해양은 한화 계열로 인수되며 명단에서 빠졌다.
올해 주채무계열로 지정된 대기업 그룹의 총차입금은 SK, 현대자동차, 삼성, 롯데, LG 순으로 많았다. 1년 새 SK(2위→1위)와 현대차(1위→2위) 순위가 바뀌었다. 삼성은 3위에서 4위로, 롯데는 4위에서 3위로 한 단계씩 순위가 조정됐다. 주채무계열이 가장 많은 주채권은행은 우리은행으로 삼성, LG, 한화, 포스코, CJ 등 총 11개로 집계됐다. 산업은행(9개), 신한은행(8개), 하나은행(5개), 국민은행(3개) 등이 뒤를 이었다.
36개 주채무계열의 소속 기업체 수는 올해 4월 말 기준 6421개다. 지난해 38개 주채무계열 소속 6440개 대비 19개(0.3%) 줄었다. 계열별 소속 기업체 수는 한화 888개, SK 865개, 삼성 624개, 현대차 488개, CJ 406개, LG 338개, 롯데 297개 순이었다. 지난해와 비교해 SK(+119개), LG(-87개), 현대차(+65개) 등의 소속 기업체 수 변동이 컸다. 해외법인 증감이 주된 원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향후 주채무계열 재무구조 평가에서 정성 평가를 통해 재무제표에 반영되지 않은 잠재 리스크를 충분히 반영하는 등 엄정한 평가가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