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군이 정찰용 무인수상정(USV) 양산을 본격적으로 시행할 방침이다. 시제품 설계를 끝내고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USV 설계를 공모한다.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 등 방산업체들은 USV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수주전에 총력을 다하는 모양새다.
2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국 해군은 방위사업청을 통해 '정찰용 무인수상정 체계 설계 사업'을 지난달 31일 공고했다. 선체 길이 12m급 정찰용 무인수상정 두 척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는 약 420억원대로 2027년 12월까지 개발 완료하는 게 목표다. 오는 11일 정찰용 무인수상정 사업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한 뒤 입찰제안요청서(RFP)를 공고할 예정이다. 다음달 23일까지 방산업체로부터 제안서를 받는다.
9년 만에 무인수상정 개발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평가다. 2015년 국방과학연구소는 무인수상정을 개발하기 위한 '개념 체계' 사업을 시작했다. 개념 체계 사업은 무인수상정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부품과 기술을 확인하고, 해군이 필요한 전투 기능을 확인하는 절차다. 이를 끝내고 실제 전장에 배치할 수 있는 USV를 설계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에는 방산업체인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이 맞붙을 전망이다. 두 기업이 무인수상정 수주전에 주력하는 이유는 수출때문이다. 해외 수출 계약을 맺으려면 사전 판매 이력을 갖춰야 한다. 아직 무인수상정 시장이 초기단계인만큼 '트렉 레코드'가 중요한 것이다. 세계 5위 수준인 한국 해군이 선택한 무인수상정이란 점을 내세워 각국 해군을 공략하겠다는 취지다.
업계에서는 LIG넥스원이 수주전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친다. LIG넥스원은 2015년부터 해군과 발맞춰 해검 2, 해검 3, 해검 5 등 USV 시제품을 개발해왔다. 지난해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공모한 무인함정 진·회수 시스템(LARS) 수주전에서도 LIG넥스원이 사업권을 따냈다. LARS는 무인 함정을 운용할 때 필수 기술로 자율주항과 귀환 과정에 쓰이는 기능이다. LIG넥스원은 지난해 11월 무인수상정 전용 체계 통합 시험동을 준공하기도 했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국방과학연구소 사업을 통해 확보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2015년 복합임무무인수상정(M-서쳐)를 개발하며 전체 설계기술, 자율운항기술을 확보했다"며 "해양경찰이 주관하는 12M급 정찰용 무인수상정 '해령' 개발도 차질없이 이뤄지고 있어 LIG넥스원에 뒤쳐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두 기업의 수주전이 HD현대와 한화오션 간의 갈등으로 확대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화시스템은 한화오션과 공조를 이뤄 해군의 무인수상정 사업에 입찰해왔다. LIG넥스원은 HD현대와 손잡고 맞불을 놨다. 향후 무인수상정이 실전 배치될 경우 이 함선이 진·회수할 대형 함선(모선) 사업까지 감안하면 네 기업이 두 개의 연합체를 이뤄 맞붙는 형국이다.
방산업계에선 USV가 해상전의 판도를 바꿔놓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무인수상정이 실전 투입되며 위력을 증명했다. 2022년 10월 우크라이나군은 USV 부대를 이끌고 흑해에 주둔한 러시아 해군을 공격했다. 제해권을 뺏기면서 러시아 육군은 해군의 후방 지원 사격이 끊겼다. 전황이 뒤집히게 된 계기였다.
한 대당 25만달러짜리 우크라이나군 USV가 200만달러짜리 토마호크 미사일보다 효과적으로 작전을 수행하자 각국 해군은 USV 개발에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리서치업체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USV 시장 규모는 지난해 8억 9400만달러에서 2033년 31억달러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