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지' 못달아도 살아있네…목소리 내는 '원외 정치인'

입력 2024-06-02 19:02
수정 2024-06-03 00:56
정치권 외곽에 있음에도 웬만한 국회의원 이상의 목소리를 내는 ‘원외 정치인’들이 주목받고 있다. 총선에서 낙선하면 대중의 관심에서 완전히 사라지던 과거와 달리 유튜브, 종합편성채널 등을 기반으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원외 정치인들의 활동은 4월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에서 특히 활발하다. 이들은 ‘첫목회’ 등 공부 모임을 결성하고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까지 조직할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선거 패배 원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박상수(인천 서구갑) 이재영(서울 강동을) 위원장은 총선 당시 이상으로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과거라면 낙선과 함께 관심을 못 받았을 김병민 전 최고위원도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박성민 전 청와대 비서관, 서용주 전 상근부대변인 등이 선거 당락은 물론 당직 여부와 관계없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간다.

이는 원내외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이 유권자와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유튜브와 종편, 라디오 방송 등에 정치 관련 콘텐츠가 증가하면서 원외 정치인들에게도 출연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2011년 정치권에 입성했지만 올해 총선에서 처음 원내에 진입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대표적이다. 공중파 시사 프로그램부터 케이블 예능 방송까지 출연하며 금배지를 한 번도 달지 않고도 2021년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서 중진들을 꺾었다. 노종면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방송사 퇴사 후 ‘스픽스’라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며 활동 공백 기간을 줄였다.

이는 생계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원외 정치인이라도 방송에 출연하면 매월 적게는 10만원, 더 많게는 400만~500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얼굴 노출 여부 등에 따라 다르지만 유튜브 출연으로도 통상 10만~20만원을 받는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타고난 재산이 없는 정치 지망생은 ‘정치 낭인’으로 전락해 정당 외곽 조직을 떠도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며 “이제는 본인의 실력만 있으면 장외에서 생계를 해결하며 영향력 확대까지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원외 인사라도 정치자금과 조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지구당 부활까지 이뤄지면 원외 정치인들의 보폭은 더욱 넓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