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 늘린다지만…운용 전문가들은 줄이탈

입력 2024-05-31 18:27
수정 2024-06-01 01:03
국민연금은 자산 규모가 1000조원을 웃돌 정도로 덩치가 커지다 보니 해외 투자를 계속 확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고민이 적지 않다. 해외 위탁 부문의 성과가 부진한 데다 전문 운용역들까지 이탈하면서 속앓이하고 있다. 해외 투자 역량이 자산 규모 증가세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계속 커지는 이유다.

3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위탁 운용으로 맡긴 해외주식 자산군은 지난해 벤치마크(BM) 대비 1%포인트 이상 밑돌았다. 수수료를 주고 맡긴 운용사의 성과가 부진했다는 의미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해외주식에 320조4000억원을 투자하고 있고 이 중 56.7%인 181조6000억원을 운용사에 위탁으로 맡기고 있다. 벤치마크만 유지해 시장 수익률을 따라갔다면 지난 한 해 1조8000억원을 더 벌 수 있었던 셈이다.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위탁 운용의 수익률 부진은 그동안 꾸준히 지적돼왔다. 2021년부터 3년 연속 벤치마크를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엔 1.59%포인트, 2022년 0.61%포인트 밑돌았다. 금액으로 따지면 3년간 시장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해 총 5조1400억원 이상을 날린 셈이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운용 규정 시행규칙을 개정해 현재 패시브로 한정된 해외주식 직접 운용 투자 가능 종목군을 액티브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직접 운용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해 운용 성과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반대로 위탁 운용은 점차 줄여나갈 예정이다.

인력난도 국민연금이 겪는 고질적 문제다. 국민연금의 운용 전문가들은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 국민연금은 올해 3월 말 기준 기금운용역 현원이 338명으로 정원(426명)을 88명 밑돌고 있다. 특히 고위급 운용역 이탈이 지속되고 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