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가 국내 도심항공교통(UAM) 실증 사업에 미국의 에어택시 기업인 아처에비에이션의 기체를 활용하기로 했다. 2억5000만달러(약 3460억원)를 들여 아처의 기체를 최대 50기까지 사겠다는 구매 의향서를 전달했다. 새롭게 열리는 UAM 시장 선점을 위한 기업 간 경쟁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기체 확보 나선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모빌리티는 31일 한국형 UAM 서비스 상용화를 위해 아처의 수직 이착륙 항공기(eVTOL) ‘미드나이트’ 최대 50기에 대한 구매 의향을 아처 측에 전달했다고 발표했다. 금액으로는 2억5000만달러 규모다. 우선 착수금 성격으로 700만달러(약 97억원)를 연내 지급한다.
아처는 착수금을 받은 뒤 국토교통부가 진행하는 K-UAM 그랜드챌린지 실증시험에 쓰일 기체를 카카오모빌리티에 대여할 예정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내년 1분기에 분할금을 추가로 납입하고 기체 구매 확정 시점을 조율한다는 계획이다.
UAM은 프로펠러와 날개를 달고 수직으로 이착륙하는 비행체에 승객이 타고 이동하는 교통체계다. 흔히 에어택시로 불린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그동안 영국 UAM 회사인 버티컬에어로스페이스와 협업했지만, 이번 협약을 통해 정부 실증사업 기체 제조사로 아처를 확정했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아처는 UAM 기체 인증 및 양산에 가장 빠르게 성공할 것으로 기대되는 업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LG유플러스, GS건설과 컨소시엄(UAM 퓨처팀)을 이뤄 실증사업에 참여한다.
아처의 미드나이트는 조종사 외 4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다. 30~40㎞ 안팎의 짧은 거리를 빠르게 연결하는 데 적합하다. 비행 사이 충전 시간은 10분, 최대 속도는 시속 240㎞다. 아처가 최근 공개한 잠정 이용료에 따르면 미국 기준 25마일(약 40㎞) 이동 시 82.5달러(약 11만원)의 이용료가 매겨진다. 마일당 비용 3.3달러, 이동 시간은 약 12분이다. 같은 거리를 우버 등 지상 차량공유 서비스로 이동하면 비용은 마일당 1.5달러, 이동 시간은 1시간 정도다. 차량 이동보다 가격은 비싸지만, 이동 시간은 대폭 단축된다. ○뜨거워진 K-UAM 선점 경쟁국내 UAM 초기 시장을 둘러싸고 기업들의 경쟁에 불이 붙고 있는 모양새다. 아처의 글로벌 경쟁사 조비에비에이션은 SK텔레콤 컨소시엄과 협업하고 있다. 조비는 ‘UAM업계의 테슬라’라고 불리는 미국 회사다. 조비의 4인용 비행 택시인 S4는 최대 시속이 320㎞로 현존 기체 중 가장 빠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억달러(약 1377억원)를 조비에 투자하며 S4 기체 국내 독점 사용권을 확보했다. SK텔레콤은 티맵모빌리티, 한화시스템 등과 컨소시엄(K-UAM 드림팀)을 구성하고 있다.
실증사업에 참여하는 7개 컨소시엄마다 사용하는 기체가 다르다. 현대자동차와 KT, 대한항공 등이 뭉친 컨소시엄(K-UAM 원팀)은 실증 단계에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한 기체 ‘오파브’를 사용하다가 2028년 상용화 예정인 현대차그룹의 기체 ‘S-A2’를 투입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UAM은 기체뿐만 아니라 통신 등 인프라가 중요한 사업”이라며 “모빌리티 기업을 포함해 통신사, 항공사 등이 모두 사활을 걸고 UAM 시장 선점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