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펑크'인데…정치권 稅개편에 난감한 기재부

입력 2024-05-31 18:15
수정 2024-06-01 01:05
대통령실과 여당이 종합부동산세 폐지와 상속·증여세 개편을 전격 제안하자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제도 개편 취지엔 공감하지만 안 그래도 적자가 나고 있는 나라 곳간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어서다.

31일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세수입은 125조6000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8조4000억원 줄었다. 3월까지는 전년 동기 대비 2조2000억원 감소했는데 4월 들어 감소 폭이 6조2000억원 더 커졌다. 세수 진도율은 34.2%에 그쳤다. 지난해(38.9%)뿐 아니라 최근 5년간 평균치(38.3%)와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국세 수입이 줄어든 것은 전체 세수의 20%가량을 차지하는 법인세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1∼4월 법인세는 22조8000억원으로 작년보다 12조8000억원 줄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대기업이 영업손실을 기록해 법인세를 내지 못한 영향이 컸다. 정부는 올해 남은 기간 종합소득세와 양도소득세 증가 등에 힘입어 ‘세수 펑크’ 상황이 다소 나아질 수는 있지만 연간 기준으로 작지 않은 규모의 세수 결손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국회에서 종부세와 상속·증여세가 대폭 개편되면 조(兆) 단위 세금이 추가로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우선 대통령실이 이날 발표한 종부세 폐지가 현실화하면 내년부터 최대 4조원가량의 세수입이 사라진다. 기재부에 따르면 종부세는 지난해 4조6000억원 걷혔다.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폐지 의견이 나오는 1주택자 종부세도 905억원에 달한다. 올해 종부세 수입은 4조1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종부세를 폐지하는 대신 재산세 과표구간 신설 등을 통해 세입을 충당하더라도 전반적인 세수 감소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종부세 수입은 전액 부동산 교부세로 지방자치단체에 지급되기 때문에 지자체 재정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강경민/박상용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