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중립금리가 연 -0.2~1.3%으로 추정됐다. 장기간 추세적으로 하락하던 중립금리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립금리는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없이 물가가 안정된 상태에서 잠재적인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는 이론적 금리 수준을 말한다. 중립금리가 오르면서 향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폭이 제한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31일 한국은행이 연 BOK콘퍼런스에서 도경탁 한은 통화정책국 과장은 ‘한국의 중립금리 추정’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도 과장은 한국 중립금리가 2000년 1분기 연 1.4~3.1%에서 2020년 1분기 연 -1.1~0.5%까지 하락한 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올해 1분기 연 -0.2~1.3%로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런 흐름은 주요국과 비슷하다. 미국과 유로지역의 중립금리 추정치도 지속적으로 하락하다가 팬데믹 이후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나타난 과잉 저축 흐름이 코로나19 이후 투자로 돌아서고 인공지능(AI) 관련 생산성이 높아진 것 등이 중립금리 상승의 이유로 여겨진다. 중립금리는 위험 선호 흐름으로 저축 대신 투자를 선택하는 사람이 늘어날 때, 생산성이 높아질 때 오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밖에 생산인구 증감, 재정정책, 소득불평등, 기후변화 등도 중립금리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의 물가상승률 목표가 2%인 점을 고려하면 명목 중립금리는 연 1.8~3.3% 수준이다. 현재 한국 기준금리는 연 3.5%다. 명목 중립금리 상단(3.3%)과 큰 차이가 없다.
한은이 중립금리 수준을 외부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채권시장에선 “한은이 중립금리가 올라갔다고 보는 것은 금리 인하 기대를 낮추는 요인”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한은은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연구자 개인의 의견”이라며 “한은의 관점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한은 직원의 연구”라며 공식 입장이 아니라는 점을 언급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