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이 지난 28일 하루 기준 총시청시간에서 넷플릭스를 넘어섰다. 하루의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절대 강자’ 넷플릭스의 총사용시간을 앞지른 업계 첫 사례다.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를 독점 제공한 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한국야구위원회(KBO) 리그 중계까지 맞물려 ‘역대급’ 기록을 세웠다. ○역대급 시청 기록 쓴 티빙
31일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28일 티빙은 총사용시간 250만10시간으로 OTT업계 1위에 올랐다. 넷플릭스(240만8179시간)를 9만1831시간 차이로 앞섰다.
티빙의 하루평균 이용자(DAU)도 최근 부쩍 많아졌다. 이날 티빙의 DAU는 217만 명으로, 넷플릭스(230만 명)와의 격차를 13만 명으로 좁혔다. 20만 명 이상 벌어지던 두 OTT의 격차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DAU 격차는 모든 국내 OTT와 비교해 가장 적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은 OTT업계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티빙 내부에서도 긴급회의를 열어 선전 요인을 분석했다는 후문이다. ○티빙 효자 된 ‘선재~’…유료 가입 견인역대급 시청 기록이 나온 데엔 tvN 월화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의 영향이 컸다. 이날 ‘선재 업고 튀어’ 마지막 화가 공개되면서 이용자가 몰린 것으로 분석됐다.
티빙은 4월 8일부터 tvN과 계약해 ‘선재 업고 튀어’(사진)를 온라인 독점 제공해왔다. 이 드라마는 방영 기간 내내 국내 실시간 OTT 순위 집계에서 1위를 차지했다. 4~5% 안팎이던 본방송 평균 시청률에 비해 체감 인기가 높은 콘텐츠로 꼽혔다. ‘선재 업고 튀어’는 티빙에서 4주 연속 주간방송 VOD 및 실시간 채널 합산 시청 순방문자(UV) 1위도 차지했다. VOD와 실시간 채널 합산 시 총시청시간은 16억 분에 달했다. 이 드라마는 역대 tvN 드라마의 티빙 유료 가입 기여자를 분석한 결과에선 2위에 올랐다. 1위는 5월 초 종영한 ‘눈물의 여왕’이다. 티빙 관계자는 “작품성 높은 콘텐츠가 핵심 경쟁력이라는 것을 실감했다”고 설명했다.
티빙은 CJ ENM 계열인 tvN과 콘텐츠 공동 마케팅을 강화하며 이 기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넷플릭스의 DAU가 상대적으로 낮은 월요일과 화요일을 tvN 월화드라마 독점 제공으로 파고드는 전략에 힘을 주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넘을 수 없는 벽’처럼 여겨지던 넷플릭스와도 ‘잘 만든 콘텐츠’로 승부를 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지난 3월부터 KBO리그 온라인 독점 중계를 시작한 것도 티빙의 존재감이 커진 배경 중 하나다. 스포츠 마니아를 끌어들여 ‘고정 이용층’을 확보하는 모양새다.
티빙 모회사이자 주요 콘텐츠 공급사인 CJ ENM은 주가 상승세로 ‘잔칫집’ 분위기다. 이 회사 주가는 31일 8만9500원에 마감했다. 한 달 전(4월 30일, 7만6000원)과 비교하면 약 17.8% 올랐다. 티빙의 올해 영업손실은 800억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1420억원)에서 40% 이상 개선된 수준이다. KBO 중계, 광고 요금제 도입으로 수익성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