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흩어진 사기범죄 하나로 모았다…경찰 '병합수사' 확대

입력 2024-05-31 13:07
수정 2024-05-31 13:19


사이버·가상자산·보이스피싱·폰지 등 사기 범죄가 갈수록 진화하면서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가 속출하자 경찰이 유사 피해사례를 하나로 묶어 한 곳에서 집중수사하는 ‘병합수사’ 제도를 확대한다고 31일 밝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1월부터 전국 사건의 범행 단서를 취합·분석한 후 시도청 직접수사 부서를 중심으로 집중 수사를 하는 병합수사 체계로 전환했다.

기존에는 '단건 수사'를 벌여왔다.

전국에 접수된 한 범죄 집단이 일으킨 스미싱 범죄의 경우 다수의 피해자가 전국에 걸쳐 발생했을 때 컨트롤 타워인 국가수사본부가 이를 인지 파악한 뒤 하나로 묶는 방식이다. 이후 광역 시도경찰청의 A 수사부서 한 곳에 수사를 배당한다.

그동안 전국의 피해자들은 자신이 사는 경찰서에 사건을 신고했다. 이때엔 하나의 범죄 집단이 일으킨 사건이지만 각 수사관끼리 정보 공유가 제대로 안 돼 본질을 파악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사건이 장기화되거나 범인을 검거하지 못하고 종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유사한 사건을 접수 관서별로 중복해서 수사하는 탓에 업무 부담이 증가하고 사건 처리 지연으로 이어지는 문제점도 있었다.

국수본은 병합수사를 고도화하고자 지난 3월 범행 단서를 범죄 유형에 맞춰 표준화 작업을 했다. 전국의 수사관이 사용하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입력하면 범행 단서를 손쉽게 취합·분석할 수 있는 기능도 개발한 것이다.

국수본 관계자는 “병합수사 시행에 따라 동일 범인·조직의 사건을 중복해 수사하는 경우가 줄고 범행 초기부터 신속한 집중 수사가 이뤄져 범인 검거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투자리딩방사기, 유사수신·불법다단계, 자본시장법 위반, 가상자산특별법 위반, 불법사금융, 연애빙자사기(로맨스스캠) 등 6가지 신종 금융범죄를 대상으로 우선 적용했고 이달부터는 사이버사기와 피싱범죄로까지 확대했다.

국수본은 올해 1∼5월 투자리딩사기 등 주요 금융범죄 3063건을 분석한 후 이를 78건으로 병합하도록 수사를 지휘했다. 사이버사기의 경우 2만3628건을 3829건으로 병합해 수사하도록 했다.

피싱범죄도 전국에서 접수된 1171건의 사건을 분석해 28개 조직의 범죄로 분석을 끝냈다. 이후 각 시도청에 이를 병합해 집중 수사하도록 했다.

최근 대구경찰청 형사기동대가 수사한 ‘골든 트라이앵글(라오스·미얀마·태국 접경지역) 거점 투자사기’ 사건이 우수한 사례다. 이 사건의 전국 피해자들은 전국 각 경찰서에서 311건을 나눠 피해를 신고했다. 결국 같은 내용을 흩어져 수사하던 것을 하나의 사건으로 병합해 단기간에 총책 등 37명을 검거(19명 구속)할 수 있었다.

서울청 금융범죄수사대가 45명 검거(4명 구속)한 ‘유령회사 투자전문자문업체 빙자 사기 사건’도 개별 사건 419건을 하나로 합쳐 수사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