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와 영문으로 가득한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의 당선 글이 공개돼 누리꾼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3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29일 'OO동 L 아파트 동대표 당선글 논란'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번역기를 돌려야 하나"라며 최근 회장에 당선한 강모(68)씨가 아파트 게시판에 붙인 당선글을 공개했다.
강씨는 '當選謝禮'(당선사례)라는 제목의 당선 소감문에서 "安寧(안녕)하십니까?"로 운을 뗀 뒤 스스로를 "入住者代表會議(입주자대표회의) 會長(회장)을 遂行(수행)하게 될 姜(강)○○"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入住民(입주민)님과 함께 前任(전임) 棟代表(동대표)님들께서 가꾸고 이루어온 우리 名品(명품) 團地(단지)를 더욱더 繁昌(번창)해 나가도록 盡力(진력)을 다해 努力(노력)하겠습니다"라며 "많은 聲援(성원)과 協力(협력)을 付託(부탁)드립니다"라고 적었다. 총 280자짜리 이 소감문에서 한자는 165자에 달했다. 강씨는 한글 조사와 영어를 제외하고 모두 한자로 적었다.
이밖에 이 글에는 결산 투명성 확보, 관리업체와 전문 경비업체 위탁 관리 철저, 하자보수 신속 진행, 스마트 친환경 아파트 조성, 주민 편익 시설 증진 등의 내용이 담겼다. A씨는 "(당선된 동대표가) 배운 사람이다 혹은 조선족을 대표로 뽑았는지 논란 중이다"라고 전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한글이 있는데 아직도 한자를 저렇게 과하게 사용하는 게 말이 안 된다", "입주자를 배려하지 않겠다는 의지인가" 등 강씨를 비판하는 의견을 내놓았다. 반면 "한자를 쓴다고 중국인 취급하면 영어 단어 쓰면 영국인인가", "나이가 지긋한 분이면 당연히 그럴 수 있다"는 반대 의견도 나왔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