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 책임감, 위기 극복….’
전영현 삼성전자 신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사진)이 30일 사내 게시판에 올린 취임사의 키워드다. DS부문장 선임 9일 만에 나온 취임사엔 삼성 반도체 사업의 현실에 대해 그가 느끼는 위기감과 함께 경쟁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이 동시에 녹아 있다.
이날 임직원에게 공개된 전 부회장의 취임사엔 ‘어려움’이라는 단어가 많이 들어갔다. 전 부회장은 “반도체 사업이 과거와 비교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며 “현재의 어려운 상황에 이르게 된 것에 DS부문 경영진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적었다.
전 부회장의 표현대로 DS부문은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메모리 시장의 캐시카우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포함해 D램에선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줬다. HBM 최대 큰손인 엔비디아 납품 소식은 아직도 들리지 않는다.
어려움을 겪는 것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분야도 마찬가지다.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와의 점유율 격차는 올 1분기 50%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졌다. 전날 DS부문 직원이 중심이 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파업을 선언하면서 ‘생산 차질’ 우려도 더해졌다.
전 부회장은 “새로운 각오로 상황을 더욱 냉철하게 분석할 것”이라며 “어려움을 극복할 방안을 반드시 찾겠다”고 했다. 또 “저는 DS부문장인 동시에 여러분의 선배”라며 “삼성 반도체가 우리 모두의 자부심이 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인공지능(AI) 시대 반도체 사업에 대한 희망도 나타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537억달러(약 74조원) 규모 AI 반도체 시장은 올해 713억달러, 2025년 920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 부회장은 “지금은 AI 시대이고 그동안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며 “큰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방향을 제대로 잡고 대응하면 다시 없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1일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구원투수로 등판한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D램 시장에서 세계 1등 자리를 지키는 데 핵심 역할을 한 ‘기술통’으로 평가받는다. LG반도체 출신으로 1999년 ‘반도체 빅딜’ 당시 LG반도체가 현대전자에 합병되는 과정에서 삼성으로 옮겼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시절에는 세계 최초로 20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 미세공정 개발을 성공시켰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