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 강타한 '국채 쇼크'…섣부른 경제 낙관론 경계해야

입력 2024-05-30 18:01
수정 2024-05-31 07:00
미국의 ‘국채 쇼크’가 시장을 강타했다. 미국 재무부가 지난 29일 실시한 국채 입찰이 수요 부진을 겪으면서 기준물인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한 달 만에 연 4.6%를 돌파했다. 이 충격으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400포인트 넘게 떨어지는 등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급락했다. ‘월가 공포지수’로 통하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10% 가까이 급등했다.

이런 미국의 이상 신호는 ‘깜짝 성장’에 대한 기대가 커진 한국 경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지금 같은 수출과 내수 회복 추세가 이어지는 상황을 예상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올리고 있지만, 거꾸로 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불안한 금리 움직임이 보여주듯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갈수록 후퇴하는 중이다. 닐 캐시캐리 미니애폴리스연방은행 총재는 “누구도 금리 인상을 테이블에서 치우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보고서에서 “금리가 내려가야 경기 회복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상황이 불투명해진 셈이다. 오히려 고금리가 길어져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는 것은 물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가계·자영업자 대출 등 ‘잠재 뇌관’을 건드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제 회복의 견인차인 수출 환경도 심상치 않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 전쟁 선포 이후 중국이 대대적인 ‘제3국 헐값 밀어내기’에 나서면서다. 전기자동차, 철강 회사를 비롯한 중국 제조업체들이 오는 8월 미국의 관세 인상 조치 시행 전에 제품 선적을 서두르면서 중국 내에는 컨테이너 품귀 현상이 벌어질 정도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우리 경제에 오랜만에 ‘선명한 청신호’가 들어왔다”며 “교과서적인 성장 경로로의 복귀”라고 진단했지만, 낙관론을 펼 때가 아니다. 당분간 고금리를 상수로 놓고, 수출·내수 회복 지연 가능성을 변수로 감안해 경제 운영 전략을 짜야 한다. 이런 상황에 전 국민 지원이든, 차등 지원이든 ‘현금 살포용’ 추가경정예산을 위해 적자국채를 발행하는 것은 위험천만하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조차 국채 발행이 시장을 강타하는 마당에 우리 금리와 물가에 어떤 역풍을 불러올지 가늠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