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성장성, 치매치료제 시장과 CDO에 달려

입력 2024-05-30 12:07
수정 2024-05-30 20:58

알츠하이머, 자가면역질환 등 항체치료제의 개발과 시장 수요가 앞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실적을 견인할 동력이 될 전망이다. 장기적 성장을 위해선 위탁개발(CDO) 사업 확대로 미국 생물보안법 시행과 경쟁사 중국 우시 규제 등에 따른 시장 선점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장민환 하이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30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추천 보고서에서 "항체치료제 수요가 지속적으로 성장해 위탁개발생산(CDMO) 과잉 공급 우려가 해소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사용하는 포유동물 세포로 생산되는 글로벌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수는 2023년부터 2028년까지 연평균 약 7%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상업화 단계의 파이프라인은 가장 높은 11%의 성장률이 예상된다"고 했다. 의약품은 전통적인 알약 등 화학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으로 나뉘며, 바이오의약품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CDMO에 강점을 가진 항체치료제가 전체 의약품 시장의 50%를 차지한다. 최근 비만약으로 인기를 끈 GLP-1계열은 단백질·펩타이드 치료제로 분류되며, 세포치료제, DNA·RNA핵산치료제, 유전자치료제 등으로 나뉜다. 최근 비만치료제가 주목을 받고 있지만 항체치료제 시장이 여전히 굳건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2025년부터 본격적인 휴미라(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침투가 기대됨에 따라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사업의 수익성이 가시화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항체치료제의 영역이 알츠하이머와 자가면역질환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알츠하이머 또는 자가면역질환과 같이 유병 환자수가 많은 만성질환치료제는 대량생산 수요를 크게 높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승인을 앞둔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모두 삼성이 강점을 가진 단일항체다. 자가면역질환의 경우, 대부분의 주요 블록버스터 약물이 단일항체이며 지속적인 적응증 확장을 통해 목표 환자군을 넓히는 중이다. 세계 1위 CDMO업체인 스위스 론자는 2029년 알츠하이머 항체치료제의 매출이 1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고, 2028년 글로벌 생산수요가 최대 가용 생산능력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항체약물접합체(ADC), 이중항체 등 신규 모달리티(치료접근법) 생산으로의 확장과 키트루다(면역항암제)를 포함한 다수 블록버스터 오리지널 약물의 특허만료에 따른 후속 바이오시밀러 제품 출시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실적을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의 생산 아웃소싱 트렌드도 이어질 전망이다. 그는 "2019년까지 글로벌 포유세포 생산능력의 75%에 달하던 제약사 비중은 2028년 48%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며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전문 CDMO 업체의 생산능력 확장이 그 감소분을 채울 전망"이라고 했다. 론자는 지난 3월 미국 제넨텍의 바카빌 생산시설을 12억 달러에 인수해 33만L의 생산능력을 추가했다. 해당 시설은 허셉틴, 아바스틴, 리툭산, 악템라 등 로슈의 기존 블록버스터 항체 의약품의 생산을 담당하는 시설이다. CDMO 업체의 증설 및 확장은 곧 이은 실적으로 연결된다. 론자 역시 바카빌 생산시설 인수 후 2028년까지의 매출 가이던스를 연평균 12~15% 증가로 상향했다. 그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해당 수요에 가장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CDMO"라며 그 근거로 △5공장 증설로 78.4만L의 생산능력 구축 △빅파마 상위 20곳 중 14곳을 고객사로 보유 △누적 60건 이상의 품목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유럽 의약품청(EMA) 승인 경험(전 세계 20개국 271건 승인) 등을 들었다.

장민환 책임연구원은 "경쟁사의 생산능력 증설과 항체를 대체하는 신규 모달리티·기술의 확대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보일 성장의 속도와 폭은 둔화될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추가적인 기업가치 상승은 CDO 사업 확대를 통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중국 바이오기업과의 거래 제한 규제인 생물보안법이 미국에서 시행되면 삼성의 경쟁사이자 CDO강자인 중국 우시의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는 "장기적으로 CDO 사업의 확대가 추가적인 수주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도탄처럼 암세포만 찾아 죽이는 ADC의 CDMO 사업에서도 기회요인이 존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조사기관 루츠 애널리시스에 따르면 ADC 생산의 약 70%가 아웃소싱 되고 있으며 ADC CDMO 시장은 연평균 30%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ADC 공장을 증축해 연내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국내 ADC 전문기업 리가켐바이오와 ADC 개발을 위한 CDO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물산, 삼성바이오에피스 등과 조성한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를 통해 아라리스, 에임드바이오 등 ADC 요소기술을 갖춘 업체에 투자했다. 아라리스는 항체의 변형 없이 페이로드의 중합이 가능한 3세대 링커 기술을 갖춘 업체이며 에임드바이오는 ADC에 적용할 신규 항체 스크리닝 기술과 페이로드 플랫폼을 갖췄다. ADC는 크게 암세포 표면에 있는 특정 표적 항원에 결합하는 항체와 세포를 죽이는 약물(페이로드), 항체와 약물을 연결하는 링커로 구성된다.

현재 상업화된 주요 ADC의 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론자는 전임상단계에서도 모듈별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스위스의 시나픽스를 작년 6월에 인수해 ADC 개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링커 기술을 내재화했다. 그는 "론자는 페이로드의 다양화를 추진해 요소별 기술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에서 분사한 ADC 전문 CDMO인 우시XDC는 독성이 낮은 페이로드를 높은 비율(DAR=8)로 중합한 엔허투의 성공으로, 다수의 ADC 개발에 적용되고 있다"며 "지난해 우시XDC 매출이 전년 대비 114% 증가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높은 니즈를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장 책임연구원은 올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매출을 작년보다 13.8% 오른 4조2030억원, 영업이익은 12.2% 증가한 1조2490억원으로 예상했다. 별도 기준으로는 매출 13.4% 성장, 영업이익 10.1% 증가로 전망했다. 그는 "4-1공장(6만L)도 예상보다 빠른 가동률로 매출에 기여하고 있다"며 "2023년 6월 가동을 개시한 4공장(18만L)의 상업화 배치생산은 올해 하반기부터 진행돼 2025년 본격적으로 매출에 기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공장의 가동 시 고객사로부터 기술이전, 시험생산, 승인용 배치생산 및 규제기관의 승인을 받은 후에 상업 생산이 진행되는 데 약 2년 내외의 기간이 소요된다는 설명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