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경 "6년동안 얼마나 컸는지 세계적 선수들과 겨뤄볼래요"

입력 2024-05-30 18:08
수정 2024-05-31 00:45

“오랜만에 미국에서 경기를 치르니 설레네요. 세계적 선수와 경기하면서 제 골프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확인하고 싶어요.”

6년 만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US여자오픈에 출전하는 ‘큐티풀’(큐티와 뷰티풀의 합성어) 박현경(24)이 3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부담감보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난 26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랭커스터의 랭커스터CC(파70)에 도착해 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박현경은 “랭커스터가 처음이고 시차 때문에 피곤함도 있지만 조금씩 적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6년 만에 US여자오픈에 도전장2019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데뷔해 투어의 ‘간판스타’로 활약 중인 박현경은 세계랭킹 75위(4월 3일 기준) 안에 들면서 US여자오픈 참가 자격을 얻었다. 박현경이 US여자오픈에 나가는 것은 2018년 이후 두 번째다. 당시 ‘2부’ 드림투어를 뛰던 그는 US여자오픈 한국 예선전을 1위로 통과해 출전 자격을 얻었고 본 대회에서 공동 49위를 기록했다.

박현경은 KLPGA투어 데뷔 2년 차인 2020년부터 세계 75위권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지만 굳이 US여자오픈에 나서지 않았다. KLPGA투어 대회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LPGA투어에 진출하려는 꿈도 크지 않았다. 박현경은 6년 만에 출전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여전히 LPGA투어 진출에 뚜렷한 생각이 없는 게 사실”이라며 “올해 초 전지훈련을 마친 뒤 골프 시야를 넓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신청했다”고 밝혔다.

박현경의 오랜 스승인 이시우 코치의 영향도 있었다. 박현경뿐만 아니라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고진영(29), 리디아 고(27)를 현장에서 지도하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이 코치는 “박현경 프로가 최근 해외 시합에 나가지 않았다”며 “세계적 선수와 경쟁하면서 배움, 경쟁력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US여자오픈 출전을 권유했다”고 설명했다.

시차와 환경적 요소 적응, 컨디션 관리에 집중하며 대회를 준비한 박현경은 1라운드에서 스즈키 아이(일본), 차네띠 완나샌(태국)과 대결을 펼친다. 그는 “길고 섬세함이 필요한 코스”라며 “그린 경사도 까다로운 편이기 때문에 그린을 정확히 공략하기 위해서는 페어웨이를 지키는 플레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늘어난 비거리·샷 정확도로 자신감 ‘UP’박현경에게는 오랫동안 ‘준우승 전문’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자신의 KLPGA투어 통산 세 번째 우승이 나온 2021년 메이저 대회인 KLPGA 챔피언십 이후 무려 아홉 번이나 준우승에 그쳤기 때문이다. 박현경은 지난해 10월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2년5개월 만에 우승한 뒤 “아홉 번 준우승하면서 제가 그렇게 기회를 못 잡는 선수인가 의심이 들었다”며 눈물을 쏟기도 했다.

박현경은 다시는 무관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 겨우내 피나는 노력을 했다. 특히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스쾃 바벨 무게를 100㎏까지 올릴 만큼 근력운동을 한 결과 올 시즌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243.25야드(34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238.3야드)보다 약 5야드 늘었다. 그는 “전에는 더 뒤에서 그린에 올리고 더 멀리서도 먼저 퍼트를 넣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 했다.

비거리가 늘어나니 그린 적중률도 높아졌다. 올 시즌 78.4%(5위)의 높은 그린 적중률을 앞세운 박현경은 19일 두산 매치플레이 결승전에서 ‘대세’ 이예원(21)을 꺾고 시즌 첫 승이자 통산 5승째를 올렸다. 박현경은 “샷감은 올 시즌 계속 좋은 편”이라며 “올해 들어 기복이 있는 퍼팅감을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즌 첫 승과 함께 ‘준우승 전문’ 꼬리표를 완전히 떼어낸 박현경은 보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LPGA투어의 올해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우승을 하고 바로 국내 대회에 나가지 못한 아쉬움은 없다”며 “다시 국내에 돌아간 뒤에도 흐름을 잘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이어 “이번 대회는 결과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제 골프를 성장시킨다는 마음가짐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