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합계 출산율을 듣고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라고 평가해 화제를 모았던 조앤 윌리엄스(72)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가 최근 더 추락한 통계를 접하고는 "숫자가 국가비상사태라고 말하고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윌리엄스 교수는 전날 JTBC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완전히 망했다고 한 이후 출산율이 더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충격적이다. 큰 전염병이나 전쟁 없이 이렇게 낮은 출산율은 처음 본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윌리엄스 교수는 하버드대 법학 박사로, 인종·성별·계급 분야 전문가다.
앞서 윌리엄스 교수는 지난해 EBS 방송에서 전년 한국의 합계 출산율(2022년 0.78명)을 전해 듣고 두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은 채 놀란 표정으로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라고 말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그가 놀라움을 표출했던 그때보다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최근 더 떨어졌다. 지난해 기준 0.72명이었고, 올해 합계출산율은 0.6명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윌리엄스 교수는 출산과 양육이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한국에서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저도 어려웠고, 제 딸도 어려웠다"며 "그러나 우리는 극단적으로 긴 근무 시간이 당연한 직장 문화에서 일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직도 저출산을 유발하는 이런 이유를 유지하는 한국이 이상하다"며 "일터에 늘 있는 것이 이상적인 근로자로 설계된 직장 문화와 아이를 돌볼 어른을 꼭 필요로 하는 가족 시스템은 함께 갈 수 없다"고 진단했다.
또한 윌리엄스 교수는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려면 누군가는 경력을 포기해야 하는데, 이는 국가적 손실이라고도 설명했다. 그는 "한국이 젊은 여성들을 훈련하고는 엄마가 된 뒤 노동시장에서 밀어내면서 버리는 GDP(국가총생산)를 생각하면 경제적으로도 말이 안 된다"며 "비정규직이 된 당신의 경력도 끝나고, 나라 경제도 끝난다"고 부연했다.
돈의 가치를 앞세우는 한국의 문화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한국에서 아이를 갖는 건 아주 나쁜 경력일 뿐"이라며 "물리적 성공이 중요한 사회에서는 계산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풍요가 우선인데 여성들이 왜 출산을 선택하겠느냐"며 "앞뒤가 안 맞는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아이를 낳으면 돈을 주는 등 보육에 돈을 붓는 것도 능사가 아니라고 평가했다. 아이가 학교 가기 전 6년 만이라도 직장 문화를 바꾸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윌리엄스 교수는 24일 조선일보와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저출생 콘퍼런스'에서 "주 50시간 이상, 40년간 휴직 없이 자주 야근하는 직장인을 '이상적 근로자'로 여기는 한국의 직장 문화가 초저출생을 야기했다"며 "생산성 낮은 장시간 근로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어떤 정책으로도 저출생의 덫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