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수익 32만원"…'유튜브 올인' 20대 여성 근황 보니 [권용훈의 직업 불만족(族)]

입력 2024-06-01 07:00
수정 2024-06-01 08:43


"월급이 따박따박 나오고 워라밸까지 좋은 직장 생활을 해도 행복하지 않았어요. 뭐가 됐든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뛰쳐나왔습니다."
지난달 31일 유튜버 장혜림 씨(28)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3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 유튜버로 활동하며 새 인생을 살고 있다. 장 씨는 "학창 시절 하루의 대부분을 학교에 갇혀 있었는데 성인이 되어서도 하루 9시간이 넘도록 갑갑한 회사 안에만 있을 수 없었다"고 했다.



▷간단히 자신을 소개하자면.
- 안녕하세요. 2년 동안 미국, 필리핀, 두바이 등 11개국을 다녀온 여행 유튜버 장혜림입니다. 자연을 너무 좋아해서 텐트 하나만 들고 유튜브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국내·해외여행 콘텐츠까지 만들고 있습니다.

▷퇴사를 결심한 계기가 뭐였나요.
- 성인이 되면 특별하게 살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어요. 막상 성인이 되고 회사에 다니면서 180만원씩 월급을 받고 하루 9시간을 보내는 게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1년 동안 뭘 할지 준비하고 퇴사하게 됐어요. 퇴사하면 하늘이 무너질 것 같았는데 그렇지도 않더라고요.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퇴사였던 것 같아요.



▷지금 직업에 만족하는 이유는 뭔가요.
- 자유롭다는 점이죠.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누구도 관섭하지 않아서 좋아요. 혼자 하는 일이라 다른 사람과 감정소비 하지 않아서도 좋고 무엇보다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세계 어디에서도 일할 수 있는 게 제일 만족하는 이유 중 하나예요.

▷월 평균 소득은 어떻게 되나요.
- 굉장히 편차가 커요. 최근 구독자가 21만명이 되고부터는 700~1000만원 정도 벌고 있어요. 워낙 불안정해서 제일 적을 땐 300만원 많을 땐 1500까지 벌어봤습니다.

▷구독자나 조회수가 어느 시점부터 수익이 나기 시작하나요.
- 구독자 1000명을 넘기고부터 조금씩 수익이 나기 시작했어요. 유튜브를 시작한 지 2년이 넘어서야 첫 수익으로 32만원을 벌었어요. 그 어떤 돈으로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기뻤어요. 퇴사하고 계속 돈을 못 벌고 있으니 주변 사람들에게 괜히 눈치도 보였었거든요.



▷수입이 없는 2년 동안 두렵기도 하고 비용도 많이 들었을 텐데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뭔가요.
- 유튜브를 준비하면서 퇴사하고 모아둔 돈과 퇴직금까지 다 썼었어요. 점점 돈이 없어지니까 하는 일에 의문이 들고 하루에도 수십번씩 포기하고 싶었어요. 돈이 없어서 외출 못하고 집에서 즉석밥과 컵라면으로 때웠던 적도 많아요. 그런데 그 순간에도 뭔가를 촬영하고 편집하는 일이 너무 재밌고 힘든 줄 몰랐어요. 이 일보다 재밌는 게 있어야 하는데 없었어요. 내가 좋아하는 걸 계속하자는 생각만 하고 버텼습니다. 그게 지금은 돈이 돼서 신기할 따름이에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 지 4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삶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 세상을 보고 생각하는 시야가 많이 넓어졌어요. 회사에 있을 땐 그 주변 사람들만 보였다면 여행하며 만난 사람들을 보고 세상엔 정말 다양한 사람들, 내가 알지 못한 일자리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진짜 행복이 뭔지 아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마음에 여유도 생겼죠. 이제는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마인드로 좋은 영향만 줄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해요. 작은 성공들이 차곡차곡 쌓이니까 자존감도 높아져서 새로운 시도를 할 때도 겁을 덜 먹게 됐어요.



▷회사를 그만두고 유튜브를 한다고 했을 때 가족들 반응은 어땠나요.
- 일단 아버지는 몰랐어요(웃음). 많이 보수적인 편이라 가족끼리 비밀로 하기로 했는데 어머니가 계속 응원해 주셨어요. 어릴 때부터 하고 싶은 건 다 하라고 가르치셔서 제가 이렇게 클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동생들도 많이 응원해줬어요. 아버지가 우연히 제 유튜브를 보게 되셔서 제가 이 일을 하고 있다는 게 들통났었죠(하하). 이제는 ‘이런 걸 찍어봐라’, ’댓글을 새겨들어라’는 등 저보다 더 관심을 가지세요. 하루에도 몇번씩 댓글을 확인하고 구독자 수를 확인하십니다(웃음).

▷여행, 등산 콘텐츠를 많이 만들었는데 컨셉을 두 가지로 잡은 이유가 뭔가요.
- 원래 등산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할 수 있는 게 등산밖에 없었어요. 계속 산을 타다 보니 이렇게 좋은 데서 자보고 싶단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러다 배낭여행을 알게 됐고 이걸 계기로 콘텐츠를 만들게 됐어요.

▷퇴사하고 유튜버로 전념하겠다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 뭐든 응원합니다. 다만 부러워서, 좋아 보여서 시작하면 안 돼요. 제 주변에도 정말 많았는데 그때마다 했던 말은 당장 오늘부터 핸드폰으로 하루를 담아서 1분도 좋으니 영상을 하나 만들어 보라고 했어요. 10명 중 9명은 포기하더라고요 찍는 걸 까먹었다고, 편집이 귀찮다고. 습관이 되지 않고 그만큼 열정 없으면 절대 못 하는 일입니다. 저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유튜브를 시작했고 직장인이 유튜버로 활동하는 분들도 많아요. 우선 본인이 부지런한 사람인지 생각해보고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본인의 관심사 중 따라 하고 싶은 유튜브 영상 몇 개를 벤치마킹해서 만들다 보면 자신만의 스타일이 나올 겁니다.

▷남다른 성공전략이 있다면 뭐라고 생각하나요.
- 예전부터 사진 찍고 영상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제 시선으로 보는 걸 남들에게 보여주고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그게 아마 지금 뭐든 콘텐츠로 만들어 내고 싶은 욕심에 크리에이터가 된 것 같아요. 제가 경험한 시선과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이때까지 만들었던 콘텐츠 중에 어떤 콘텐츠가 가장 기억에 남나요.
- 아무래도 필리핀 여행 영상인 거 같아요. 처음으로 조회수가 폭발했던 영상이고 필리핀으로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뭘 해야 할지, 이게 맞는지 고민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잘 돼서 신기했어요. 영상에선 자유롭게 여행 다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선 많이 고민하고 힘들었던 게 기억에 남아요.

▷유튜브 일하면서 가장 보람이 있었던 순간은.
- 누군가 제 영상을 보고 위로받고 힐링하고 있다는 말을 들을 때 정말 보람차고 제 영상 보고 운동을 시작한 분들이나 여행을 떠난 분들을 보면 ‘내 영상이 그렇게 영향이 있는 건가?’ 싶어서 신기해요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 필리핀 여행 영상이 너무 반응이 좋아서 다음 콘텐츠에 대한 부담감이 컸어요. 더 재밌고 더 좋은 걸 보여줘야 할 거 같았거든요. 그때는 잠도 못 자고 갑자기 숨이 찰 정도로 불안한 공황장애 증상도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욕심내지 말고 내가 좋아하는 걸 하자는 생각으로요. 갑자기 유입된 사람들은 실망할지 몰라도 편안하게 제가 만든 영상을 봐준 사람들은 그게 좋아서 봐주는 거라고 생각하니 괜찮아졌어요.

▷일주일에 몇시간 정도 근무하나요.
- 일어나는 시간, 밥 먹는 시간 등 자유롭게 정할 수 있어서 정말 집중하는 시간은 시간으로 따지면 5시간 정도 하는 거 같아요. 밥 먹고 다른 일 없을 땐 항상 노트북 앞에 앉아있고 휴대폰을 내려놓지 않아요. 그 시간도 포함하면 12시간...? (하하)

▷악플에 시달린 적은 없었나요.
- 많죠. 작년까지만 해도 악플 때문에 유튜브를 그만두려고 진지하게 고민했었는데 생각해보면 악플이 하나면 좋은 댓글은 10개예요. 바로 삭제하고 다신 안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응원의 댓글을 몇 번씩 더 봐요.

▷가족이나 지인에게 추천할만한 직업인가요.
- 친구들한테 많이 추천하는데 편입니다. 같이 여행하면서 일하고 싶어서요 (웃음). 유튜버는 시간이나 장소에 제약 없이 일할 수 있어요. 요즘은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등 짧고 강렬한 콘텐츠가 훨씬 파급력이 좋아서 이런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걸 추천합니다.

▷유튜버의 장단점은 뭔가요.
- 장단점 모두 사람들이 주목한다는 거예요. 관심이 많이 필요한 일이라 관심이 많으면 유튜버로서 좋지만 일반인 저로서는 신경 쓸 것도 많아져서 힘든 거 같아요. 제가 어디서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 기억 못하는데 그날 봤다는 말을 들으면 심장이 철렁 내려가요. 저도 밖에서 친구들이랑 욕도 하고 그 누구보다 자유롭지만, 항상 바르고 좋은 사람이어야 할 거 같은 생각에 괜히 조심해질 때가 많아요.



▷향후 목표가 뭔가요.
- 유튜브는 평생 할 수 없다는 걸 알아서 계속 다른 걸 찾고 있어요. 요즘은 아웃도어 모델을 한번 해보고 싶어서 몸을 다시 만들까 생각 중이에요. 이렇게 계속 도전하면서 앞으로도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고 싶어요.

▷취업, 경제 불황 등으로 미래를 고민하는 젊은 세대에게 한마디 한다면.
- 좋아하는 걸 콘텐츠로 잡고 그 주변엔 어떤 일이 있는지 알아보세요. 도저히 좋아하는 것도 모르면 어디든 혼자 여행을 떠나세요. 게스트하우스나 호스텔이나 여행 중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면 자신도 모르는 세계가 열립니다.

#직업 불만족(族) 편집자주
꿈의 직장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에서도 매년 이직자들이 쏟아집니다. 직장인 10명 중 7명이 이직을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바야흐로 '대(大) 이직 시대'입니다. [직업 불만족(族)]은 최대한 많은 직업 이야기를 다소 주관적이지만 누구보다 솔직하게 담아내고자 합니다. 이색 직장과 만족하는 직업도 끄집어낼 예정입니다. 모두가 행복하게 직장 생활하는 그날까지 연재합니다. 아래 구독 버튼을 누르시면 직접 보고 들은 현직자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