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업권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 정리를 위한 자체 펀드 규모를 계속 키워나가고 있다. 당초 700억원 규모로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었는데 최근 3500억원 수준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저축은행은 부실채권 매각과 대손상각(회계상 손실 처리) 등을 통해 연체율 상승세를 최대한 누그러뜨린다는 방침이다.
29일 저축은행중앙회는 부동산 PF 부실채권을 정리하기 위해 3500억원 규모의 자체 펀드(2차)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펀드 출자자로 27개 저축은행이 참여한다. 지난해 저축은행 업권이 조성한 1차 펀드(330억원)와 비교하면 10배 넘게 규모가 커졌다. 펀드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이 중단된 PF 부지 또는 부실채권을 매입한 뒤 사업성을 갖춘 사업장으로 개선하는 역할을 맡는다.
올초까지만 해도 저축은행 업권은 2차 펀드를 700억원 안팎으로 조성할 계획이었다. 지난달 펀드 규모를 1000억원으로 늘리기로 한 뒤 이달 중순에는 2000억원까지 확대했다. 불과 몇 주 만에 펀드 규모가 3500억원으로 불어났다. 그만큼 저축은행 업권 내에 ‘PF 부실자산을 신속히 정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79개 저축은행 연체율은 지난 1분기 8.8%로 전년 말(6.55%) 대비 2.25%포인트 급등했다.
저축은행 업권은 연체율 관리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부실채권 2000억원어치를 매각하고 자체 경·공매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또 2분기에 1500억원 안팎의 개인사업자 대출과 신용대출 부실채권을 매각하고, 대손상각을 통해 약 2000억~3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정리하기로 했다. 3500억원 규모의 2차 PF 정상화 펀드에 이어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3·4차 펀드도 추가 조성하기로 했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은 “업계가 스스로 부실채권 정리를 통한 PF 연착륙에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노력에도 저축은행의 연체율이 하락 반전하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올 1분기에만 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이 2조6000억원가량 증가해서다. 2분기에는 금융당국이 발표한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기준 개선 방안’에 따라 부실채권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가 하락하고 부동산 경기가 회복하기 전까지는 저축은행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개선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형교/조미현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