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균 교수 "AI는 유능한 비서일 뿐…인간 대신할 수 없어"

입력 2024-05-29 19:02
수정 2024-05-30 00:26

“인공지능(AI)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인간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수단입니다.”

김상균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2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AI가 무엇인지 묻자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인간의 마음과 지능의 작동 과정을 연구하는 인지과학 전문가다. 중앙대에서 제어계측공학을 전공하고 연세대에서 산업공학 석사, 인지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AI, 메타버스 같은 혁신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 직업·분야별 AI 활용 방향성을 제시하는 를 출간했다.

김 교수는 “인지과학을 공부한 뒤 신기술로 급부상하는 AI를 접했다”며 “당시 AI가 인간의 자리를 위협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오히려 인간의 인지 능력을 높여주는 도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AI를 유능한 비서에 비유했다. 누구든 AI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업무·학습 역량을 키울 수 있어서다. 김 교수는 “AI는 개인이 할 수 없던 일을 대신 처리하거나 아이디어 차원에 머물던 생각을 이미지, 문서, 동영상 등 다양한 결과물로 구현해준다”며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을 넓혀준다는 점에서 훌륭한 비서나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

AI를 개인 역량 개발의 수단으로 활용하려면 어떤 점이 필요할까. 김 교수는 무엇보다 ‘자기 분석’이 중요하다고 했다. 여기서 김 교수는 기업 내외부 환경 및 강·약점 분석에 널리 쓰이는 ‘SWOT 분석’을 이용할 것을 권했다. SWOT 분석은 기업의 ‘강점(S)’ ‘약점(W)’ ‘기회(O)’ ‘위협(T)’ 네 가지 요인을 따져 최적의 경영 전략을 세우는 기법이다. 그는 “AI를 이용해 강점을 강화하거나 약점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 교수는 SWOT 분석을 활용해 AI의 강점을 극대화한 사례로 2022년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전시된 미디어아트 작품 ‘Unsupervised’를 소개했다. 작가 레픽 아나돌은 14만 개에 달하는 MoMA 미술 컬렉션을 해석·재가공하는 AI로 이 작품을 만들었다. 작품은 기존 컬렉션에 표현된 색감, 선, 구조물 등을 토대로 새로운 그림을 끊임없이 그린다. 그는 “훌륭한 기존 작품을 원재료로 삼아 또 하나의 독창적인 예술 작품을 탄생시켰다”며 “AI를 예술에 접목한 결과 미술관의 역량이 강화된 것”이라고 평했다.

AI가 인간의 자리를 대체하는 방향으로 활용되는 것에는 반대 의견을 밝혔다. 그는 “기계가 인간의 자리를 대신하면 사람 간 소통과 교류가 단절되는 인간 소외 현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