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이 경찰에 넘어온 지난해 8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한 현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여러 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나며 파장이 일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채상병 특검법’이 최종 부결되며 사건 처리의 키를 쥐게 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윗선’ 수사 부담이 한층 커지게 됐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채상병 특검법을 이첩한 직후인 작년 8월 2일부터 8일 사이 윤 대통령이 네 차례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건 기록이 뒤늦게 공개됐다. 특히 2일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세 차례 연달아 통화가 이어졌다. 같은 날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은 이 전 장관 지시를 어기고 수사 기록을 경찰에 넘겼다는 이유로 보직 해임 통보를 받았다.
이 전 장관은 8월 4일부터 7일까지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과도 여덟 차례 통화와 문자를 주고받았다. 이 밖에도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방문규 당시 대통령실 국무조정실장, 조태용 당시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임종득 당시 국가안보실 2차장, 임기훈 당시 대통령실 국방비서관 등 윤 대통령 측근 및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이 전 장관 사이에 연락이 다수 오간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 처리 과정에서 윤 대통령을 비롯해 현 정부 핵심 인사들이 관여한 정황이 드러난 대목이다. 이 전 장관 측은 “통화 기록과 관련해 제기되는 의혹은 모두 사실무근”이라며 즉각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전 장관의 통화 기록을 “수사 외압의 스모킹건”으로 규정하며 탄핵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