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를 중심으로 미국 기술주가 급등하자 국내외 정보기술(IT) 기업에 투자하는 IT 펀드 수익률이 고공행진 중이다. 인공지능(AI) 테마가 반도체에서 로봇 등으로 확대되는 데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도 커져서다.
29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8일 기준 IT펀드는 최근 1개월 간 6.9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46개 테마형 펀드 가운데 1위다. 최근 5년 간으로 넓혀도 마이너스를 한차례도 내지 않고 안정적인 성과를 기록 중이다. 5년 누적 수익률은 107.59%에 달한다. 국내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와 해외 주식형 ETF의 수익률인 43.71%, 74.66%를 큰 폭으로 제쳤다.
IT 펀드 고수익의 배경으로는 AI 반도체 테마의 강세가 꼽힌다. 이 테마를 주도하는 엔비디아의 경우 올해만 주가가 130% 이상 올랐다.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 지수는 현지시간 28일 사상 처음으로 1만7000선을 넘어섰다. 엔비디아 발 훈풍으로 SK하이닉스 등 국내 IT 업종도 수혜를 받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 주가 상승의 여파로 IT 펀드가 수혜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금리 인하 기대감이 다시 커진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수익률 상위권에 든 펀드들은 모두 이들 종목을 포함하고 있다. 'KBSTAR Fn5G테크'의 최근 1개월 간 수익률은 11.53%로 집계됐다. 28일 기준 SK하이닉스를 24.34%로 가장 많이 담고 있다. 삼성전자의 비중도 17.47% 수준이다. 이 기간 'SOL한국형글로벌반도체액티브' 역시 10.72%의 수익을 냈다. 이 ETF는 대만의 TSMC와 유나이티드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를 비롯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인텔 등에 투자한다. 엔비디아를 포함한 미국 기술주에만 투자하는 'TIGER미국테크TOP10INDXX', 'KODEX 미국빅테크10'도 수익률 10% 대로 선방했다.
최근 신규 상장한 국내 ETF 가운데 절반은 IT 테마로 이뤄졌다. 신한자산운용은 이달 'SOL 미국테크TOP10', 'SOL 미국 AI소프트웨어'를 출시했다. 각각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 미국 AI 소프트웨어 관련 기업을 편입한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 역시 'KoAct테크핵심소재공급망액티브'를 내놨다. 반도체, 소재 관련 기업을 선별해 투자하는 상품이다.
수익률이 높아지자 차익 실현을 위한 환매가 이어지면서 펀드에서는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 최근 1개월 간 IT 펀드에서는 1220억원이 빠져 나갔다. 다만 전문가들은 AI 테마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IT 기업의 실적이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아직은 내년의 피크아웃 가능성을 걱정하기에는 이르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지효 기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