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SK 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2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 총출동했다.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서다.
이날 간담회에선 삼성물산이 참여하는 탄소중립 도시 ‘마스다르시티’와 SK그룹·GS그룹 등과 협력하고 있는 에너지 분야, 한화그룹·LIG그룹과의 방위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방한을 계기로 작년 1월 윤석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300억달러 투자 계획에 속도가 붙는 등 ‘제2의 중동 특수’가 올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재계 주요 인사 총출동간담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허태수 GS 회장, 이재현 CJ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 구본상 LIG 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 만남은 무함마드 대통령이 먼저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에선 첨단 기술과 방산·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방안이 오갔다. 중동 지역은 최근 스마트시티, 원자력발전소 건설과 태양광·방산 수출 등 초대형 프로젝트가 잇따르고 있다. 총수들은 오후 1시 전후 입장해 호텔 34층에서 오후 2시부터 약 30분간 대화를 나눴다.
20분 동안 진행된 첫 번째 세션에선 UAE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추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정기선 부회장은 간담회 직후 기자와 만나 “(무함마드 대통령이) 한국에 많은 애착이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무함마드 대통령과 2019년부터 친분을 쌓은 이재용 회장은 마스다르시티에 삼성의 인공지능(AI)과 5세대(5G) 이동통신, 사물인터넷(IoT) 기술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스다르시티는 UAE가 2030년까지 ‘탄소·쓰레기·자동차 없는 도시’를 건설한다는 목표로 진행하는 30조원짜리 프로젝트다. 방산이 가장 큰 수혜최태원 회장은 에너지 분야 협력 강화 방안을 발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은 작년 1월 UAE 국부펀드 무바달라와 ‘자발적 탄소시장(VCM) 아시아 파트너십’ 구축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맺은 바 있다. SK그룹은 탄소 거래 플랫폼 투자 등 구체적인 협력을 위해 UAE 정부와 실무회의를 열 계획이라고 했다.
허태수 회장도 미래 에너지 분야 협력을 요청했다. GS그룹은 UAE 국영석유회사(ADNOC)와 원유 개발, 블루 암모니아 개발 프로젝트를 함께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수소 등 친환경 기술과 미래항공모빌리티 분야 협력 강화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AI 기반 스마트택시를 아부다비에 투입하는 계획도 설명했다.
재계에선 무함마드 대통령 방한의 가장 큰 수혜는 방산기업들이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는 이날 간담회에 한국 방산업체들을 콕 집어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은 2022년 1월 UAE와 2조6000억원 규모 천궁-Ⅱ 공급 계약을 하며 인연을 맺었다. 이날 간담회에선 UAE의 대공 방어망 조성에 협력하는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HD현대가 보유한 초계함 호위함에도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 분야 또한 수혜가 예상된다. UAE가 연내 신규 원자로 4기 건설 관련 입찰에 나설 계획이어서다.
UAE가 약속한 300억달러 투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월 한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UAE를 국빈방문해 무함마드 대통령으로부터 UAE 국부펀드 등을 통한 투자를 약속받았다. 당시 경제 투자, 에너지, 방산 등 전통적 협력 분야부터 수소, 바이오, 스마트시티, 메타버스 등 신산업 분야에 이르기까지 48건(정부 간 16건, 민간 32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김우섭/신정은/오현우/성상훈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