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美만 바라보는 함정 빠져선 안돼…유럽 자강해야"

입력 2024-05-28 17:16
수정 2024-05-28 17:17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 자강’을 강조했다. 경제와 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 등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27일(현지시간) 마크롱 대통령은 독일 드레스덴 성모교회 광장에서 “민족주의적 사고나 미국만 바라보는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며 “유럽의 진정한 통일 혹은 통합은 우리가 스스로 국방과 안보의 틀을 확립할 때 완성된다”고 말했다. 유럽이 경제적 통합에서 더 나아가 유럽 공동 방위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어 “이는 앞으로 몇 년 동안의 과제”라며 “우리는 몇 달 안에 유럽인으로서 이 틀을 재정의할 기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미국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민족주의적 사고나 미국만 바라보는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유럽으로서 행운이라면서도 “미국에 항상 이런 노력을 요구하는 게 합리적인지 자문해봐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제 분야에서의 유럽의 자강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미·중 사이에서) 더 이상 순진하게 있어서는 안 된다”며 “방위·우주 산업은 물론 어느 분야에서든 유럽이 선호하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유럽식 규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러시아에 대해서는 “제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유럽의 미래를 가지고 노는 권위주의 정권”이라며 “이것이 유럽의 공동 방위 및 구축이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유럽 자강을 강조한 마크롱 대통령의 연설은 독일 국빈방문 일정 이틀차에 나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의회 선거를 2주 앞두고 독일을 국빈 방문했다. 프랑스 정상이 독일을 국빈 방문한 건 2000년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이후 처음인데, 유럽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극우 정당들이 유럽의회에서 약진하는 걸 막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그는 “유럽 전역에 권위주의 바람이 불고 있는 만큼 우리는 깨어나야 한다”며 “이 나쁜 바람을 몰아내려면 모든 나라에서 헌신을 다시 발견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 중심의 안보 체제를 추구하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달리 유럽의 자체 방위 능력 향상을 강조해왔다. 두 정상은 28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갖는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