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인으로부터 지속해서 괴롭힘과 형사 고소를 당한 끝에 지난해 스스로 세상을 등진 근로감독관을 위해 고용노동부 동료들이 집단 움직임에 나섰다.
30일 고용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고용부 근로감독관 등 직원 700여명은 "고 A 감독관을 죽음으로 몰아간 악성 민원인을 엄벌하라"는 실명 탄원서를 제출했다.
A 감독관은 지난해 30대 중반의 나이에 입사한 신임 근로감독관으로 다수의 신고 사건 처리 업무를 맡아 왔다. 그는 한 민원인의 부당해고에 관한 구제신청 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같은 민원이 지방노동위원회와 근로개선지도과에 각각 구제신청과 해고예고수당 지급신청 건으로 중복 접수된 것을 확인하고 사안을 종결로 안내했다.
하지만 이 민원인은 "A 감독관이 사안을 임의로 종결했다"며 고용부에 처벌을 요구했다. 이에 해당 노동청이 A 감독관에게 ‘주의촉구’ 처분을 내리자 이 민원인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A 감독관과 상급자들을 직무 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등 집요하게 괴롭혔다.
A 감독관은 자신 때문에 다른 상급자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에 죄책감에 시달리며 괴로워하다 지난해 5월 1일 근로자의 날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인사혁신처 공무원 재해보상심의위원회는 지난 11월 A 감독관의 공무상 순직을 승인했다. 그런데도 해당 민원인은 "악성 민원이 아니다"라며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공분을 샀다.
이후 대전고용노동청과 A 감독관의 유족은 해당 민원인을 상대로 고소·고발을 진행했다.
경찰은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며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27일 이뤄진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동료들이 법원에 해당 민원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나섰다. 일주일이 안 되는 기간 동안 700장이 넘는 탄원서가 모였고 이 중 영장실질심사 전에 모인 178장은 영장 심사 담당 법원에 제출됐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 28일 구속영장 발부를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부 관계자는 "영장 심사일 이후 모인 탄원서 600여장은 악성 민원인의 공판 절차에서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근로감독관은 감독관 전용 게시판에 댓글로 "우리 지청 사람들도 탄원서를 취합해 곧 제출할 것"이라며 "악성 민원으로 인해 고통받는 직원이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10월 고용부는 정부 부처 최초로 ‘특별민원 직원 보호반’을 설치하고 민원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직원을 상대로 직무 유기·손해배상 등의 소송을 제기할 경우 법률적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부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최근 5년간 고용부에 발생한 '특별 민원(악성 민원)'은 총 2만 9948건에 달한다. 지난해 업무 수행 중 직무 유기 등을 이유로 민원인으로부터 고소당한 건수도 113건으로 전년 72건 대비 57%나 증가했다. 이에 따라 직원들이 겪는 법률·심리적 부담이 임계점을 넘었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곽용희/ 정희원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