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공생(共生) 모델을 만든 대학이 있다. 충남 아산의 선문대(총장 문성제)는 ‘주(住)·산(産)·학(學) 글로컬 공동체 선도 대학’으로 유명하다. 이 대학은 10여 년 전부터 지역과 대학이 함께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지난해부터는 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대학지원 사업을 전환하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를 추진 중이다. 지방 정부가 대학지원 계획을 수립해 ‘지역 인재 양성에서 취업, 정착’의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자는 취지다. ○정착 여건 조성해 지방 소멸 대응
지방 소멸을 극복하기 위해 중요한 부분이 ‘정착’이다. 학령 인구 감소로 지방에 정착하려는 지역 인재는 감소하고 있다. 선문대는 해결책으로 2022년 ‘충청남도·중앙아시아 지역 혁신 인재 양성 프로젝트 업무 협약’을 진행했다. 중앙아시아 우수 인력이 충남 기업에 취업 후 정주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선문대는 우즈베키스탄을 중심으로 중앙아시아 유학생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최근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해 보자로프 하이룰라 주지사에게 외국인 유학생 유치 협력을 당부했다. 선문대는 우즈베키스탄의 한국형 대학인 한국국제대와 3+1 복수학위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기업들이 겪는 구인난도 지역 인구 감소와도 관련이 있다. 선문대는 해외 인적 자원을 지역으로 유입시키고, 대학이 배출한 인재가 지역 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 사립대가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상황에서 새로운 상생의 이정표를 제시했다.
아산에는 겉면에 북극곰과 고래 캐릭터가 그려진 쓰레기종량제 봉투를 사용한다. 선문대 디자인학부가 디자인했다. 쓰레기를 줄이자는 취지로 멸종 위기에 처한 북극곰, 고래 이미지와 함께 ‘LESS IS MORE(적을수록 좋다)’라는 간결하고 핵심적인 카피를 넣었다.
종량제 봉투는 2018년부터 현재까지 사용 중이다. 지역 상생을 위한 비전에 맞춘 독특한 수업도 있다. ‘선문 서비스 러닝(Service-Learning)’으로 불리는 지역 사회봉사 수업이다. 전공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을 토대로 지역 사회에 봉사하면서 학습의 질을 높이는 학습 방법이다. 디자인학부는 아산시 보건소 캐릭터의 리뉴얼 제작과 충무공 이순신 탄신제 등 행사의 디자인을 맡았다. 치위생학과와 물리치료학과는 수업에서 배운 지식을 활용해 지역 경로당 봉사활동을 한다. ○국내 최초 ‘3+1 유학제도’ 도입선문대는 아산시와 손잡고 ‘선문 콕 아산 버스타고(GO)’라는 시티 투어 버스를 운영한다. 학생들이 아산시 지원으로 현충사와 신정호 관광지 등 ‘아트밸리 인 아산(in Asan)’ 코스를 돌게 된다. 지방대 학생 상당수가 타지역 출신이다 보니 지역 안착 환경 조성과 관광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프로그램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대학은 국내 최초로 3+1 유학제도를 도입했다. 매년 1000여 명이 해외로 갈 수 있도록 어학연수와 유학제도를 비롯해 다양한 국제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미국 하와이 단기 어학연수를 시작으로 작년에만 1071명이 16개국으로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선문대는 6년째 경제 사회적 취약계층 학생을 대상으로 해외 진로 탐색 경험을 제공하는 ‘파란 사다리 사업’ 주관대학이다. 지난해 대상 학생들은 미국 세인트피터스대학, 대만 명전대학, 베트남 하노이과학기술대학 등에 한 달간 연수를 다녀왔다. 이 대학의 글로벌 인프라는 해외 취업에도 영향을 준다. 2020년 공시 기준 4년제 대학 전국 10위, 충남권 1위에 올랐다.
선문대의 교육 환경은 취업률 성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취업률은 74.3%로 전국 4년제 대학 평균 취업률인 66.3%보다 8% 정도 높다. 충남 4년제 대학 중 2위, 캠퍼스 졸업자 1000명 이상 대학 중 대전·세종·충남에서 1위다.
문성제 총장은 “AI 기술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창의력 융합 교육을 통해 지역을 이끄는 창의 융합 인재 양성을 위해 모든 역량을 쏟겠다”고 말했다.
아산=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