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니그룹이 이공계 여학생 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연간 최대 120만엔(약 1000만원)을 지원하는 장학금을 신설한다. 장학금을 받은 여대생과 협력해 중고등학생에게 기업을 알리는 프로그램도 추진한다.
프린터 기업 세이코엡손도 여직원과 학생들 간 만남을 통해 업무에 대한 이해를 돕기로 했다. 기업이 직접 졸업 후 엔지니어 등을 지망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모습이다. ○연간 120만엔 장학금 지원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소니가 신설하는 장학금 제도는 이공계 여학생이 대상이다. 우선 올해는 일반대 1학년, 전문대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주기로 했다. 7월까지 두 달가량 모집한 뒤 10명을 뽑을 계획이다.
선발된 학생에게는 등록금을 연간 최대 120만엔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한 해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일반대는 4년(대학원 진학 땐 6년), 전문대는 2년 지급을 기본으로 한다. 장학금 제도는 내년 이후에도 계속 시행할 방침이다.
소니는 장학금을 받은 학생이 반드시 자사에 입사해야 한다는 조건도 두지 않았다. 물론 다른 기업으로 가더라도 장학금 반납을 요구하지 않는다. 장학생은 회사가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멘토링 행사에 참여하면 된다. 장학생에서 그치지 않고 더 많은 이공계 여성 인재를 키우겠다는 의도다.
소니는 일본 나라여대와 연계해 인공지능(AI), 메타버스 기술을 가르치는 수업을 지원해 왔다. 학생들이 소니의 여성 기술자와 만나는 자리도 마련해 커리어에 대한 관심을 갖게 했다.
올해 봄 소니에 입사한 이공계 인력의 30%가 여성이다. AI와 디지털 기술의 활용이 확대되면서 우수한 이공계 학생을 채용하려는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여직원이 나서 커리어 경험 전달
이공계 여학생 육성에 나선 것은 소니뿐 아니다. 세이코엡손은 프린터를 개발하는 히로오카 사업소에서 오는 8월 이공계 여학생을 대상으로 회사 견학 및 간담회를 개최한다. 이 회사는 신슈대 공대에서도 제작 관련 강좌를 개설하는 등 학생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캐논은 반도체 제조장비와 계측기기 등을 생산하는 우츠노미야 사업소에서 지자체와 협력해 여자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업무 설명회를 개최했다. 계측기기를 직접 조작해보고 관심을 높일 수 있도록 만들었다.
낸드플래시 업체 키오시아는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여성 기술자가 반도체의 매력을 전달하고 진학 상담도 진행한다. 에어컨 업체 다이킨공업과 IT기업 NEC도 이공계 진로 등을 알리는 활동에 힘을 쏟는다. ○이공계 여성 인재 부족
일본 게이단렌의 2022년 조사에서 전체 대졸 채용 인원 중 이공계 여성 비율은 ‘30% 미만’이라고 응답한 기업이 89%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향후 5년간 이공계 여성 채용을 확대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60%를 넘었다.
일본에서 이공계 여학생은 부족한 실정이다. 문부과학성 조사에 따르면 2023년 5월 기준 대학생 중 여학생 비율은 전체 학부에서 46%인 반면, 공학부에서는 16%, 이학부에서는 28%에 그쳤다.
일본 정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문부과학성은 ‘2023학년도 대학 입학생 선발 실시 요강’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 선발’을 장려하고, 그 대상으로 ‘이공계 분야 여학생’을 언급했다.
일본의 일부 대학은 이공계 여학생을 별도로 선발하는 전형을 도입하는 모습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의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공계 분야 다양성 실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