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첨단산업 기술력이 정말 이 정도라고요?”
한국경제신문이 지난달부터 연재한 ‘레드테크의 역습’ 시리즈 기사가 나갈 때마다 이런 문의가 쏟아졌다. 업계 관계자만 그런 게 아니었다. 꼬치꼬치 캐묻긴 공무원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중국 기업들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워 전 세계 범용제품 시장을 ‘싹쓸이’하는 건 알았지만, 첨단 기술도 이렇게 잘하는지는 몰랐다”고 했다.
그럴 만도 했다. 코로나19에 미국의 ‘중국 봉쇄’가 겹치면서 중국행(行) 비행기에 오르는 우리 정부 관계자와 기업인들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중국은 차근차근 기술을 쌓았고, 빠르게 이를 제품화했다.
그동안 해외 언론에 꽁꽁 숨겨뒀던 기술력을 한경 기자들에게 공개한 건 “이제는 중국의 실력을 보여줄 때가 됐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현장에서 확인한 바이두, 화웨이, 텐센트, 비야디(BYD), 거린메이, 둥펑자동차 등의 실력은 미국에 도전장을 내밀 만한 수준이었다. 그것도 인공지능(AI),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로봇, 자율주행, 신재생에너지 등 하나같이 미국이 미래 먹거리로 삼는 첨단분야에서 그랬다.
미국이 전력을 다해 중국 압박에 나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만히 두면 첨단산업 주도권을 중국에 넘겨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조치란 얘기다. 하지만 많은 우리 국민은 여전히 중국에 대해 ‘오로지 싼값을 무기로 물량 공세를 펼치는 나라’로 생각한다. 그사이 세상이 변했는데도 우리는 외면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바이두, BYD 등 이름이 알려진 중국 기업들은 내부에서 벌어진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한 챔피언이다. 전쟁에서 패한 기업에 몸담았던 이들은 다시 승자 기업에 들어가거나 창업에 나서면서 중국의 ‘혁신 생태계’를 살찌우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술 탈취 같은 부정한 방법과 중국 정부의 무한 지원 같은 편법이 동원됐다지만, 현시점에서 중국은 기술력과 제조 실력 측면에서 세계 최강이 됐다. 이게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이다.
작년만 해도 소위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로 불리는 ‘중국 C커머스 삼총사’가 한국 유통업계를 뒤흔들 거라고 생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아무런 대비 없이 맞은 ‘듣도 보도 못한 강적’들의 공습에 우리 유통업체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다음 차례는 AI, 전자기기, 전기차, 배터리, 로봇 등 첨단산업이 될 게 뻔하다. 한국의 주력산업이 죄다 중국의 타깃인 셈이다. 우리 정부와 기업이 한 팀이 돼 총력전을 펼쳐도 이기기 쉽지 않은 싸움이다. 정부와 기업 모두 지금이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 또다시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칠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