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유통업계 비수기인 6월에 이례적으로 그룹 차원의 대규모 쇼핑 행사를 연다. 고물가로 침체한 소비를 촉진하고,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비수기가 오히려 더 적합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번 행사는 백화점, 마트, 슈퍼 등 유통 계열사뿐 아니라 호텔, 콘서트홀, 멀티플렉스 극장 등도 참여하는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다. 참여 계열사는 작년에 비해 두 배 늘었다.
롯데는 16개 계열사의 통합 마케팅 행사인 롯데레드페스티벌을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연다고 27일 발표했다. 육류 과일 등 먹거리부터 화장품, 패션, 가전이 총망라됐다. 롯데마트·슈퍼는 호주산 척아이롤을 반값에 판매하고 롯데백화점은 11개 화장품 브랜드 상품을 5만원 이상 구매하면 1만원을 즉시 할인해준다. 하이마트는 에어컨, 선풍기 등을 최대 25% 싸게 판다. 비유통 계열사로는 롯데월드가 아쿠아리움과 전망대인 서울스카이 입장권을 최대 25% 할인 판매하고 롯데GRS의 엔제리너스는 선착순으로 음료 2종의 40% 할인 쿠폰을 증정하기로 했다.
연중 2월 다음으로 매출이 나오지 않는 6월을 택한 것도 파격이다. 유통사 할인 행사는 10~11월에 몰려 있다.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등 해외 주요 쇼핑 행사가 이 시기에 시작하기 때문이다. 상반기 행사도 통상 3~5월에 한다. 그럼에도 최대 규모 통합 마케팅을 6월에 하는 것은 협업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3~5월은 각 계열사의 별도 행사가 많은데, 그룹 통합 행사가 함께 열리면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경품을 내걸어 재미 요소를 강조한 것도 주목된다. 100명을 뽑아 1인당 100만원에 해당하는 ‘100만 엘포인트’를 주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롯데는 과거 자동차와 금괴, 아파트까지 경품으로 내놔 소비자를 끌어모았다. 이젠 온라인 쇼핑이 대세가 된 만큼 포인트를 현금 대신 제공하기로 했다.
최근 롯데 유통 계열사의 키워드는 협업이다. 이번 행사에 16개 계열사가 참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롯데가 ‘유통공룡’으로 불린 5~6년 전만 해도 계열사 간 협업이 쉽지 않았다. 협업 없이도 장사가 됐기 때문이다. 종종 하려고 해도 ‘계열사 이기주의’ 탓에 잘되지 않았다. 요즘은 달라졌다. 대규모 협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 작년 9월 베트남 하노이에 문을 연 롯데몰 웨스트레이크는 쇼핑몰, 마트, 호텔, 아쿠아리움, 영화관 등을 결합한 초대형 상업복합시설로 개점 1년도 안 돼 지역 랜드마크가 됐다.
롯데 유통사업을 총괄하는 김상현 부회장은 2022년 취임 후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부실 점포를 정리하고 인력 효율화에 나서 이익을 내는 데 주력했다. 그 덕분에 롯데쇼핑은 지난해 7년 만에 흑자로 전환하며 ‘체질 개선’을 이뤘다. 김 부회장은 올해 들어 이익에 기반한 외형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롯데레드페스티벌도 외형 성장을 위한 신호탄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