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화제가 되는 국제 뉴스 중 하나는 6월 2일 치러질 멕시코 대통령 선거다. 유력 두 후보가 모두 여성으로, 이 중 누가 되더라도 멕시코 200년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다. 여성 국가수반은 희소성 덕에 그 자체로 관심거리지만, 멕시코 여성 대통령이 더 주목받는 이유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여성 혐오 범죄 국가 중 하나인 탓이다.
인구 1억2700만 명의 멕시코에서 살해되는 여성은 하루 평균 10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 중 연간 1000명 정도가 ‘페미사이드(femicide)’로 불리는 여성 혐오나 여성을 타깃으로 한 범죄의 희생자다. 2006년 이후 실종된 여성만 2만4600명에 이른다.
멕시코의 여성 범죄는 이 나라의 뿌리 깊은 가부장제, 남성우월주의와 무관치 않다. 스페인어로 남자답다는 뜻의 ‘마초(macho) 문화’다. 남미 국가 대부분에서 이런 경향이 나타나는데 멕시코가 유독 심하다. 어릴 적부터 가정 내 자리 잡은 남성 중심 문화가 사회 전반에 퍼져 있다. 멕시코 여성 중 40% 이상은 어떤 형태로든 유년기에 폭력을 겪으며 자랐다는 설문조사도 있다.
마약 카르텔과 같은 범죄조직이 발호한 것도 여성 범죄를 키웠다. 상대 조직 등에 대한 복수로 가장 약한 고리인 여성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것이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영화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에서 멕시코 검사가 마약 카르텔의 보복으로 아내와 딸을 잃고 복수에 나선 것이 그런 경우다.
멕시코의 성평등 지수는 세계 75위로 한국(15위, 2021년)보다 한참 뒤떨어져 있다. 그러나 이런 불평등이 역설적으로 정치에서는 여성에게 더 많은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강력한 여성 할당제로 여성 의원 비중이 절반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198년 만에 첫 여성 대법원장도 나왔다. 그러나 멕시코 여성들이 여성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는 엇갈린다. “유리천장을 깨는 중대 모멘텀”이 될 것이란 희망에 반해 “변화가 거의 없을 것”이란 비관도 만만치 않다. 여성 대통령이 멕시코의 질긴 마초 문화 폐해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