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음주운전 뺑소니와 운전자 바꿔치기 혐의를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33) 씨의 사건을 이번 주 중 마무리하고 검찰에 넘기기 위해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24일 구속돼 유치장 안에 있는 김 씨를 상대로 본격적인 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주말 동안 압수물 등 증거물 분석에 주력하고 있다. 김 씨 변호인과의 일정 조율 등의 문제로 주말 동안에는 직접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내달 3일 구속 기한 만료를 앞두고 오는 31일까지는 수사를 마무리해 김 씨를 검찰에 송치한다는 계획이다.
경찰은 구속영장 신청 직전 김 씨를 상대로 한 마지막 소환 조사에서 김 씨의 체중도 측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마신 술의 종류와 체중 등을 계산해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유추하는 위드마크 공식(Widmark)을 활용해 사고 당시 김 씨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를 계산하고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는 것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김 씨가 마신 것으로 추정되는 술의 종류·양에 따라 시나리오별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달라질 텐데, 지금껏 확보한 물증을 토대로 정확한 음주량과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를 특정한다는 것이다.
구속영장 신청 단계에서는 이 수치를 특정할 수 없어 음주운전 혐의는 빠졌다. 당시 경찰이 김 씨에게 적용한 혐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범인도피방조다.
경찰은 지금까지 확보한 증거를 가지고 음주운전 혐의를 추가 적용하는 한편 운전자 바꿔치기 과정에서 김 씨의 관여 정도를 살펴 '범인도피교사' 혐의도 적용할 수 있을지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경찰은 압수한 김 씨 휴대전화를 분석, 운전자 바꿔치기를 비롯한 사고 은폐 과정에 그가 얼마나 관여했는지도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다.
사고 뒤 김 씨 매니저인 30대 남성 A씨가 김 씨의 옷을 대신 입고 경찰에 허위 자수를 했는데, 김 씨가 매니저에게 직접 자기 옷을 벗어준 만큼 영장 단계에서 일단 김 씨에게 범인도피방조 혐의는 적용된 상태다.
경찰은 그러나 이 과정에서 김 씨가 허위 자수를 부탁하거나 지시했을 수도 있다고 보고 범인도피교사 혐의 적용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사고 직후 직접 소속사의 다른 매니저급 직원 B(22)씨에게 여러 차례 전화해 자기 대신 허위로 자수해달라고 부탁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다만 B씨가 '겁이 난다'며 김 씨 요구를 거부하자 김 씨 매니저 A씨가 직접 나서는 과정에서도 김 씨가 주도적으로 나섰을 가능성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경찰은 김 씨와 소속사 관계자 2명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서면서 A씨에 대해서는 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는데, A씨가 김 씨나 소속사의 압박에 못 이겨 허위 자수했을 가능성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