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총리가 26일 양자회담을 하고 무역 및 투자 관련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2016년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사태 이후 얼어붙은 양국 관계를 경제 분야부터 정상화하자는 취지다. 대통령실은 “양측은 한·중 간 경제 협력이 서로의 경제와 민생에 기여하는 중요한 원동력이라는 데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양측은 우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한·중 FTA는 2014년 상품 분야 관련 협상이 타결됐고, 2015년 12월 발효됐다. 이후 서비스 시장 개방도 논의하기로 했지만, 2016년 사드 사태를 계기로 협상이 중단됐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한·중 FTA는 앞으로 서비스 분야, 특히 문화·관광·법률 분야에 이르기까지 교류와 개방을 확대하는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양국 정부는 다음달 FTA 수석대표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양국은 또 2011년 이후 중단된 한·중 투자위원회를 재개하기로 했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중국 상무부 장관이 참여하는 협의체다. 양국 간 무역 및 투자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리 총리에게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 보다 활발히 투자하고, 이미 진출한 기업은 보다 안심하고 기업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경제 및 투자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법치에 기반한 시장경제를 추진해 국제화를 더욱 높여가겠다”고 화답했다. 김 차장은 이에 대해 “한국 기업에 대한 배려와 지원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국은 원자재 및 핵심광물 공급망을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협의체도 만든다. 한·중 수출통제 대화체를 새롭게 꾸리고, 한·중 공급망 핫라인도 수시로 가동하기로 했다. 올 하반기엔 한·중 공급망 협력·조정 협의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이들 협의체가 제대로 가동할 경우 요소수 사태 등의 재발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과 중국의 정부 및 기업인들이 참여하는 ‘한·중 경제협력교류회’도 하반기에 열린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외교부와 국방부 당국이 참여하는 2+2 대화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다만 미국, 호주, 영국과 맺은 것처럼 장관급 협의체는 아니다. 아울러 반관반민 구조의 1.5트랙 대화, 외교차관 전략대화 등도 하반기에 재개하기로 했다.
이날 회담을 통해 한·중 관계가 완전히 회복되기를 기대하는 건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당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여부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어떻게 대처할지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