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게 '싹쓸이' 하더니 결국…세계 10위 진입한 중국車 회사 [신정은의 모빌리티워치]

입력 2024-05-28 07:17
수정 2024-05-28 08:34
'신정은의 모빌리티워치'는 전 세계 모빌리티 산업의 투자 정보를 얻고자 하는 독자들을 위한 맞춤형 콘텐츠입니다. 이동 수단뿐 아니라 미래 기술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중국 자동차 제조사 가운데 처음으로 글로벌 자동차 판매 순위 10권에 진입한 기업이 나왔다. 주인공은 지리(GEELY·吉利)자동차다. 지리자동차의 모회사인 지리홀딩스는 스웨덴 볼보, 영국 로터스 등 기술력이 뛰어난 서방 브랜드를 인수해 몸집을 키워왔다.

28일 자동차시장 전문 조사업체 마크라인즈와 각 사가 발표한 실적을 종합하면 지리자동차는 올해 1~3월 전 세계에서 73만대의 완성차를 판매했다. 전년 동기대비 27% 늘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통상 1분기가 비수기로 통한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중국의 설) 연휴가 있어 영업일이 적어서다. 지리자동차는 달랐다. 해외 시장을 공략했다. 지리의 해외 시장 판매 증가율은 43%에 달한다. 지리 산하의 주력 전기차 브랜드인 지커(ZEEKR)와 스웨덴 볼보가 선방했다.

지리자동차는 1986년 ‘중국의 헨리 포드(포드를 설립한 미국의 자동차 왕)’로 불리는 리수푸 회장이 세운 회사다. 다른 중국 국유기업들과 달리 지리자동차는 일찌감치 세계로 눈을 돌렸다. 2010년 볼보를 시작으로 스웨덴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 영국 로터스·LEVC, 말레이시아 프로톤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 경영권을 차례로 사들였다. 소형차 브랜드 스마트(Smart)와 볼보-지리의 합작 브랜드 링크앤드코(Lynk&co) 등도 지리 산하에 있다. 지리그룹은 애스턴마틴(17%)과 메르세데스벤츠(10%)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중국 다른 자동차 브랜드도 1분기 선방했다. 20위권에 든 중국 회사는 4곳이나 더 있다. 지난해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으로 떠오른 BYD는 올해 1분기 62만대를 팔아 11위에 올랐다. 전기차 판매량만 보면 30만대로 미국 테슬라(38만대)보다는 못 미쳤다.

중국 창안자동차그룹(58만대)은 13위, 체리(중국명 치루이·奇瑞)자동차그룹(52만대)은 16위, 상하이자동차그룹(35만대)은 19위를 각각 차지했다.

중국 자동차는 자국 내 전기차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자 해외 시장에 잇따라 진출했다. 중국 승용차연석협회에 따르면 올해 1~4월 중국 자동차 수출 대수는 187만8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6%나 급증했다. 4월 한 달간 중국산 승용차 수출량(149만1000대) 가운데 신에너지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7.9%에 달했다.

중국이 저가의 전기차를 대량 생산하면서 전세계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은 이를 막기 위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100%로 대폭 인상키로 했다. 유럽연합(EU)도 대중국 전기차 관세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유럽 시장에서 중국산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커 효과적인 관세 인상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유럽운송환경연합(T&E)에 따르면 유럽에서 중국산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0.4%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9.5%로 상승했고, 올해는 25.3%에 달할 전망이다.

한편, 올해 1분기 전 세계 판매량 1위는 일본 도요타자동차그룹(252만대)가 차지했다. 이어 독일 폭스바겐그룹(210만대)이 2위, 한국 현대자동차·기아(176만대)가 3위에 올랐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