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패널만으론 안 돼"…한화큐셀, 수익 다변화

입력 2024-05-24 18:18
수정 2024-05-25 01:08
중국산 태양광 패널의 범람으로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국내 태양광업계가 제품 다양화로 ‘보릿고개’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태양광 패널뿐 아니라 인버터, 에너지저장장치(ESS), 유지보수 서비스 등을 함께 묶은 세트 제품을 팔고, 발전소의 설계·조달·시공(EPC)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 중이다. 태양광 발전과 관련한 금융 서비스로도 수익원을 넓히고 있다.

24일 태양광업계에 따르면 국내 태양광 모듈 분야 선두업체인 한화큐셀은 올해 하반기 미국 시장을 대상으로 가정용 세트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패널만 한화 제품이며, 인버터는 미국의 전자제품 제조 A사로부터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납품받는다. ESS는 LG에너지솔루션으로부터 공급받기로 했다.

한화큐셀은 올해 1분기에만 187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미국의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대한 관세 장벽으로 중장기적으로는 실적 개선이 예상되지만, 당장 적자 행진을 멈춰야 한다는 것이 한화의 과제다. 미국 내에 이미 중국산 패널의 재고가 1년치 이상 쌓여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큐셀로서는 패널 단독 판매 외의 수익원 다변화가 절실하다. 통합 제품으로 승부수를 던지려 하는 것은 중국산 패널과 정면으로 가격 전쟁을 벌이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이 있다. 가격뿐 아니라 편의성, 제품 및 서비스 퀄리티 등 다양한 요소로 소비자에게 호소할 수 있어서다.

한화큐셀은 EPC 시장도 노리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전환 흐름에 따라 대형 태양광발전소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EPC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면 또 하나의 ‘파이프라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태양광을 설치하고 싶지만 당장 현금이 부족한 소비자를 위해 자금을 빌려주는 금융 서비스도 확대한다. 미국 100% 자회사인 엔핀을 통해 설치 대금 융자 폭을 키울 계획이다. 엔핀은 35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설치 융자금(채권)을 유동화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새로 마련한 현금은 다시 태양광 설치를 위한 금융 서비스에 재투자할 예정이다. 제품 소비를 늘리고 빌려주는 돈에 대한 이자도 수익원이 될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것이 한화큐셀의 설명이다.

엔핀은 자동차 리스, 정수기 대여처럼 태양광 발전기를 빌려주는 ‘제3자 소유(TPO)’ 서비스도 확대한다. 가정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해 주지만, 소유권은 한화큐셀이 계속 보유하는 계약 형태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