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상장사의 지난해 순이익이 3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엔저 등에 힘입어 도요타 등 자동차 업종이 상승세를 이끌었다. 올해는 엔저 효과 약화와 금리 인상, 유럽 및 중국의 경기 부진 등에 따라 실적이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도쿄증시 프라임 상장사 1071곳의 2023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실적을 집계한 결과 순이익은 총 46조8285억엔(약 408조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해 3년 연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체 기업 중 65%가 순이익이 늘었다”며 “판매 증가와 가격 인상, 경기 회복 등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적 견인차는 자동차였다. 완성차 및 부품업체 순이익은 총 8조634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조6000억엔(82%) 증가했다. 상장사 전체 이익 증가분의 47%를 차지했다. 도요타는 일본 기업 중 처음으로 영업이익 5조엔을 돌파했다. 차량 가격 인상, 북미 판매 호조, 엔저 등에 힘입은 결과다. 혼다, 스즈키, 마쓰다 등도 역대 최대 이익을 거뒀다.
기업 실적 호조로 일본 대학 졸업생의 취업률도 높아졌다. 올해 봄 대졸 취업률은 98.1%로 1997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초봉 인상도 잇따르고 있다.
다만 일본 상장사의 올해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 감소해 5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제조업의 순이익 감소폭은 4%로, 비제조업(-0.2%)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엔저 효과가 약화하고, 유럽과 중국의 경기 부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도요타가 실적 전망치를 낮춘 영향이 크다. 도요타는 올해 순이익이 28%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생산 호조에도 공급망 기반 강화 비용과 자재비 등이 실적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는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생성형 인공지능(AI) 보급으로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에야마 유스케 닛세이기초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도요타 등 외수 기업은 환율 리스크가 크다”며 “닛케이지수 상승에는 내수 기업의 실적 개선이 필수”라고 말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