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동남쪽으로 40km 떨어진 니더외스터라이히주 작은 마을 매너스도르프에 자리한 홀심시멘트 공장. 공장 내부 축구장 절반 만한 넓이의 저장고 문을 열었더니 뿌연 먼지가 풀풀 날렸다. 먼지의 정체는 폐콘크리트, 벽돌 등 150년 건물을 지탱하고 생을 다한 폐건자재다. 홀심시멘트 공장에서는 기존 건물을 철거해 나온 폐건자재를 매립하지 않고, 시멘트 생산에 사용하기 위해 모은 뒤 가루로 만드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시멘트의 주원료인 클링커(탁구공 크기의 덩어리)는 광산에서 캔 석회석에 점토 등 부원료를 섞어 소성로에서 1450도 초고온 가열 과정을 거쳐 생산된다. 클링커를 분쇄하고 석고와 혼합하면 시멘트 분말이 된다. 클링커 1톤을 만들 때 이산화탄소 평균 배출량은 850㎏. 하지만 홀심은 이를 평균 700㎏(시멘트는 1톤당 이산화탄소 495㎏ 배출)까지 줄였다. 국내에서는 시멘트 1톤당 이산화탄소 700㎏ 배출하는데, 이것과 비교하면 중형차 10만대가 덜 다니는 효과다.
홀심시멘트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클링커 제조시 부원료로서의 폐건자재 사용이다. 베어트홀트 크렌 홀심시멘트 대표는 “연구개발(R&D)을 지속해 성능은 유지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며 “그 결과 클링커 제조 공정에서부터 폐건자재 등 대체원료 사용 비율을 16%까지 올렸다”고 설명했다.
홀심은 시멘트를 생산할 때 클링커가 아닌 대체원료 비중을 25%까지 늘렸다. 석회석으로만 만든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고로슬래그(제철소 고로에서 선철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성물), 석회석 미분말 등 혼합재 사용 비중을 늘리면서 탄소 배출 줄이는데 앞장서고 있었다.
혼합재 사용 늘리고, AI 접목까지폐건자재를 시멘트 원료로 쓰는 건 오스트리아만의 특수 사례가 아니다. 지난 20일 찾은 그리스 테살로니키 타이탄시멘트 에프카르피아공장도 2017년부터 폐콘크리트 등 다양한 혼합재를 시멘트 원료로 쓰고 있었다. 홀심 공장과 마찬가지로 그리스 타이탄시멘트에서도 혼합재 사용 비중이 25%에 이르렀다. 타이탄시멘트는 친환경 시멘트를 만들기 위해 인공지능(AI)기술까지 접목해 생산 공정의 디지털전환(DX)까지 이뤄내고 있었다.
최근 방문한 유럽 시멘트 현장에서는 친환경 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업계에 노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존에는 화석연료 대신 폐기물(순환자원) 사용을 늘리는 방법이 대세였다. 시멘트 생산시 초고온 가열 과정이 필요한 데 이 때 연료로 유연탄 대신 폐플라스틱, 폐타이어 등의 비중을 높여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인다. 국내 시멘트산업에서 순환자원 재활용률 전체 연료 중 35% 수준에 머물 때 오스트리아 홀심시멘트는 90%까지 늘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생산 방식을 바꿔가면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피터 호디노트 전 유럽시멘트협회장은 “폐건자재의 혼합재 사용이 보편화된 것은 불과 1~2년 만에 바뀐 모습”이라며 “콘크리트 강도 등 성능이 유지되면서 더 작은양의 클링커로 시멘트를 만들기 위해 전세계가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갈 길이 멀다. 유럽에서는 사용할 수 있는 혼합재 종류(10종)가 다양하고, 비중도 36%에 달한다. 반면 국내에서는 고로슬래그, 플라이애시, 포졸란, 석회석미분말 중에서 두 종류만 제한적으로 넣을 수 있고, 비중도 10%에 묶여있다. 김진만 공주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국내 시멘트 업계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선 적극적인 기준 완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너스도르프(오스트리아)·테살로니키(그리스)=최형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