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들이 오는 7월 초까지 경·공매에 넘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업장을 골라낼 예정이다. 금융당국이 ‘속도감 있는 구조조정’을 강조하며 사업성 평가 시한을 이때로 못 박으면서다. 건설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대출 만기 연장 횟수, 분양률 등 단순 계량 지표로만 사업성을 평가하도록 강제한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섣부른 구조조정으로 시행사와 건설사가 연쇄 부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2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금융감독원,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과 함께 ‘부동산 PF 연착륙 대책 점검회의’를 열었다. 대한건설협회, 한국주택협회, 한국부동산개발협회 등 건설업계 관계자도 참석해 부동산 PF 대책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앞서 금융당국은 PF 사업장 사업성 평가 등급을 기존 3단계(양호, 보통, 악화 우려)에서 4단계(양호, 보통, 유의, 부실 우려)로 세분화하고 평가 기준을 강화하는 등의 정책을 내놨다.
이날 회의에서는 세부 추진 일정이 공개됐다. 다음달 초까지 사업성 평가 기준 변경과 관련해 금융업권별 모범 규준·내규 개정이 이뤄진다. 부동산 PF 대주단(금융사)은 개정된 사업성 평가 기준에 맞춰 7월 초까지 사업성 평가를 해야 한다. 연체 또는 만기 연장을 여러 차례 한 사업장부터 순차적으로 평가한다.
당국은 약 230조원 규모의 전체 PF 사업장 가운데 경·공매로 신속하게 정리해야 하는 ‘부실 우려’ 등급 대상을 2~3% 수준으로 추산했다. 전국 PF 사업장 5000여 곳 가운데 150곳 이상이 올 하반기 경·공매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당국은 매물이 일시에 쏟아질 것에 대비해 은행·보험업권이 조성하는 1조원 규모 신디케이트론을 다음달 중순 본격 투입하기로 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펀드에 매각한 사업자에게 우선매수청구권을 주는 조치도 다음달 도입한다. 건설업계에서는 “부실 사업장을 가르는 기준부터 일정까지 당사자인 업계의 우려는 무시한 채 대책을 강행하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사업 담당 임원은 “같은 PF 연체 상황이라도 아파트와 비아파트, 복합개발 등 현장마다 사정이 다른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사업상 극복할 수 있는 위기를 강제 정리하면 우량 사업장도 부실해질 수 있다”고 했다.
최한종/유오상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