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실도 찾는 프랑스 샴페인이 '한국 MZ' 공략하는 까닭

입력 2024-05-23 15:47
수정 2024-05-24 01:08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증샷 문화를 즐기는 젊은층 중심으로 샴페인 열풍이 불고 있다. 얇고 기다란 유리잔에 쉴새없이 피어오르는 샴페인 기포들이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은)해서다. 지난해 와인 수입량이 쪼그라든 가운데 샴페인은 전년 대비 수입량이 유일하게 증가했을 정도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영국 왕실에까지 샴페인을 납품하는 와이너리 ‘폴 당장 에 피스’가 한국 시장에서 공략하는 고객층도 MZ(밀레니얼+Z)세대다. 폴 당장 에 피스의 40대 젊은 대표인 장 밥티스트 당장(40·사진)은 “한국 시장은 SNS 등 온라인을 통해 제품을 소개하고 또 접하는 트렌드가 있기 때문에 젊은층을 겨냥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방한한 장 밥티스트는 지난 2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MZ세대 중심의 전략으로 브랜드를 알리고자 하는 목적도 있지만, 결국 2030세대가 10년 뒤 구매력 있는 주 고객층이 된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폴 당장 에 피스는 업력이 오래된 와이너리는 아니다. 유명 샴페인 하우스들은 대개 유서가 깊다. 테탱제 290년, 모에&샹동 281년, 뵈브 클리코 252년 등이다.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고세는 1584년에 설립돼 역사가 440년이 넘는다. 이들과 비교하면 1947년 설립된 폴 당장 에 피스는 80년도 채 되지 않은 '신생' 샴페인 하우스다.

하지만 품질은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했다. 폴 당장은 가족 경영 방식으로 와이너리를 운영한다. 양조 철학이 확고해 가장 좋은 포도 송이를 선택하기 위해 모든 포도 수확은 손으로만 한다. 모에&샹동, 돔페리뇽, 뵈브클리코 등 대형 샴페인 제조사조차 포도의 80%를 다른 밭에서 가져오는 것과 비교하면 확실한 차이점이다.

실력을 인정받아 설립 2년 만인 1949년 영국 왕실 납품허가권을 지닌 업체 J&B에 발탁됐다. 당시 영국 왕실에 납품하던 다른 6개 회사는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대형 샴페인 업체였는데, 신생 와이너리가 이름을 올린 것은 이례적이었다. 맛으로만 승부를 건 덕분이다.

장 밥티스트는 “폴 당장 샴페인은 아무리 많이 마셔도 머리가 아프지 않다”며 “포도를 생산할 때나 샴페인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첨가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폴 당장은 프랑스 농림부 주관 환경·CSR 인증인 ‘테라비티스’ 인증을 받았다. 테라비티스는 프랑스 내 와이너리 중에서도 2%도 채 받지 못한 까다로운 인증이다. 일반 와이너리들이 ‘오가닉’ 인증을 받은 것을 내세워 홍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보다도 훨씬 획득하기 어렵다는 설명. 오가닉은 포도 재배에서 일체의 화학적 물질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주어진다. 테라비티스는 토양 관리나 재배 과정에서 더 나아가 와인 숙성, 병입 등 와인 생산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평가받는다.

까다롭고 섬세하게 제품을 만들지만 판매 철학은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주제를 담았다. 장 밥티스트는 "폴 당장을 관통하는 주요 철학은 마시기 쉬운 샴페인"이라며 "한 잔 마셨을 때 한 잔 더 마시고 싶은 제품, 너무 강하거나 무겁지 않고 가볍게 즐기기 쉬운, 생각을 하게끔 하는 샴페인이 아닌 웃음 지을 수 있는 샴페인을 만들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폴 당장 뀌베 카르트 블랑쉬, 폴 당장 뀌베 장 밥티스트 폴 당장 뀌베 47 골드 등의 제품을 주력으로 판다.

이중 대표 제품으로 꼽히는 뀌베 47 골드는 독특한 솔레라 방식으로 생산하기로 유명하다. 오래된 와인에 새로운 와인을 첨가함으로써 최소 두 개 연도 이상의 와인을 더하는 것이 특징이다. ‘당장 샴페인’만의 스타일을 살리면서도 신선함이 가미됐다. 당장 페이 브뤼라는 샴페인도 잘 알려져 있다. 일본의 인기 만화인 ‘신의 물방울’에 소개돼 유명세를 탄 제품이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