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사상 최고가를 기록 중인 구리 가격에 거품이 끼었다는 경고가 나왔다. 구리 생산량이 줄고 소비는 늘어날 것이란 전망에 가격이 급등했지만 실제 지표는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기준 구리 현물은 t당 1만77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사상 최고가(t당 1만857달러)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중국 구리 제련소들이 감산을 예고한 데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전력 인프라 투자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가 겹치며 구리 가격은 올해에만 27.12% 올랐다. 국내 전선 관련주인 삼화전기(276.8%) 대원전선(253.8%) 가온전선(187.0%) 등은 ‘슈퍼사이클’ 기대에 올 들어 주가가 두 배 이상 치솟았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현재의 구리 가격이 실제 수요를 크게 뛰어넘은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가장 큰 이유는 구리 재고가 줄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상하이선물거래소(SHFE)에 따르면 17일 기준 구리 재고는 29만1020t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4만9483t)보다 두 배가량으로 늘어난 규모다. 구리 재고는 지난달 26일부터 3주 연속 증가하는 추세다. 중국 구리 수입 프리미엄은 1년 전 t당 27달러 선에서 현재 0달러 수준까지 하락한 상황이다. 옥지희 삼성선물 연구원은 “계절적으로 구리 수요가 강한 2분기에 접어들었지만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수요는 증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구리 공급량은 여전히 많은 상황이다. 지난 3월 중국의 제련소 13곳은 올해 생산량을 계획보다 5~10% 줄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중국은 세계 정제 구리 공급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국가다. 이 같은 소식에 글로벌 구리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지난달 중국의 정제 구리 생산량은 114만7000t으로 오히려 전년 동기 대비 7.9% 늘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는 투기적 매수세까지 가세한 상황”이라며 “단기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한다”고 했다.
전효성 기자 z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