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러시아가 대(對)우주 무기로 추정되는 저궤도 위성을 발사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이 위성이 미국과 동맹국의 다른 위성을 공격할 경우 ‘우주 전쟁’이 본격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美 위성과 같은 궤도에 배치돼
팻 라이더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21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지난 16일 미국 정부의 위성이 있는 궤도에 새로운 대우주 무기를 배치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의 새 위성에 대해 “2019년과 2022년 배치된 대위성 무기의 페이로드(탑재물)와 비슷한 특징이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며 “페이로드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이나 모르는 것 등 정보 사항은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 측과 새 위성 발사와 관련한 소통이 있었느냐는 물음에는 “어떤 커뮤니케이션도 인지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전날 로버트 우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러시아의 우주 무기 발사 가능성을 제시했고, 국방부가 이를 공식 발표한 것이다. 우드 대사는 2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가 제출한 ‘우주 군사 활동 대응’ 결의안을 표결하기 전 “이달 16일 러시아가 저궤도에 위성을 발사했는데, 미국은 이 위성이 같은 궤도에 돌고 있는 다른 위성을 공격할 수 있는 대우주 무기로 추정된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또 이번 발사를 “문제”라고 부르며 우주 안보를 추구한다는 러시아의 주장을 약화시킨다고 비판했다. ○타국 위성 대부분 마비시킬 수도CNN은 이날 미국 정부가 적어도 몇 주 전에는 발사를 예상하고 있었다고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북미 항공 우주 방위 사령부와 미 북부 사령부는 러시아의 우주 무기 발사 과정을 모니터링했다. 발사 당일 러시아는 우주 발사 가능성을 시사하는 노탐(NOTAM·안전운전을 위한 항공정보)도 두 개 이상 발령했다. 발사 자체에 관한 내용과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 해안에서 러시아 우주 발사 부스터가 재진입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었다고 CNN은 보도했다. 앞서 미국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터너 하원 정보위원장은 지난 2월 ‘심각한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특정 기밀을 해제할 것을 미국 정부에 공개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 미국 정부는 이 위협이 러시아의 위성 공격 능력과 관련됐다고 확인했으나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CNN은 또 “이런 무기가 배치되면 폭발 시 엄청난 에너지 파동을 일으켜 위성을 파괴한다”며 “전 세계가 휴대폰 통화, 요금 납부, 인터넷 서핑을 위해 의존하는 상업용 및 정부 위성의 대부분을 잠재적으로 마비시킬 수 있다”고 우주 무기의 파괴력에 관해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가 마지막으로 위성을 파괴하거나 무력화할 수 있는 대우주 무기를 발사한 것은 2022년 5월이다. ‘코스모스-2553’으로 알려진 이 위성은 핵무기 탑재가 가능하지만, 실제 탑재되지는 않았다. WSJ는 “이번 발사가 미국과 동맹국들이 상업용 위성이나 정부 위성을 파괴할 수 있는 핵 우주 무기를 개발하려는 러시아의 노력에 대해 점점 더 우려하고 있는 시점에 이뤄졌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의 우주 안보 위협을 심각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러시아를 압박해왔다. 지난달 미국과 일본은 유엔 안보리에서 우주 기반 핵무기 개발을 금지하는 결의안을 공동 발의했지만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해 부결됐다. 미국은 이를 러시아가 실제로 우주 기반 핵무기를 추구하고 있다는 신호로 간주했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당시 성명을 내고 “미국은 러시아가 핵 장치를 실은 새로운 위성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가 우주에 핵무기를 배치할 의도가 없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을 들었다”며 “그렇다면 러시아는 이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