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갈 바엔 해외 가지" 불만 폭발하자…'대변신' 나섰다

입력 2024-05-22 22:00
수정 2024-05-22 22:21

최근 '바가지 논란' 등으로 여론이 악화한 제주도의 호텔업계가 여름 성수기 대비에 들어갔다. 여행 수요에 맞춰 특화된 브랜드를 선보이는가 하면 전면 개보수를 하는 등 차별화에 힘쓰고 있다. 호텔업계가 제주에 등 돌리는 내국인 관광객 수요를 회복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22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신라스테이 플러스 이호테우가 지난 16일 제주에서 개장했다. 레저와 휴양에 특화된 첫 레저형 호텔로 선보인 것이다. 건물은 해변의 파도를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객실 211개 대부분이 오션부(바다 전망)다. 가족 등 3~4인 여행객이 많이 방문하는 특성을 살려 다인용 객실을 마련했다. 2층 침대가 있는 벙커룸과 카펫 대신 온돌로 바닥을 마감한 온돌룸 등 객실 테마와 기능을 다양화했다.



부대시설도 새롭게 마련했다. 야외 수영장과 오션뷰 카페 '웨이브리스'가 대표적. 로비에는 아이들을 위한 별도 놀이공간도 마련했다. 식음도 강화했다. 투숙객들이 호텔 내부에서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조식 레스토랑을 비롯해 라운지 바, 풀사이드 바에서는 감귤과 흑돼지 등 제주 식자재를 활용한 시그니처 메뉴를 선보인다.


고객 확보를 위해 투숙객 대상 이벤트도 실시한다. 지난 19일 찾은 호텔에서는 이벤트 참여를 위해 수십명이 줄을 늘어서는 등 투수객들 관심이 이어졌다. 무료 숙박권과 조식 2인권, 웨이브리스 카페 이용권 등을 증정한다. 텔호 내 스팟(장소) 투어도 하고 있다. 호텔 내 지정 스팟 10곳을 찾아 사진 촬영 후 프런트에 인증하면 이호테우 등대가 디자인된 가방을 준다.

지난 16일 오픈 이래 가족이나 커플 등이 많이 찾고 있다는 설명. 호텔신라 관계자는 "휴식과 미식을 동시에 즐기는 여행 트렌드에 맞춰 레저를 위한 다양한 부대시설과 함께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선 메뉴를 선보이는 등 상품성을 강화했다"며 "오픈 초기임에도 반응이 좋다. 앞으로도 예약률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제주 동남부 해안가에 위치한 프리미엄 리조트 해비치 리조트 제주는 720억원을 들인 리모델링을 마치고 오는 29일 개장한다. '스테이케이션(머물다+휴가) 리조트'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런 취지로 리조트 투숙객이라면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웰니스 프로그램'을 내세웠다. 아침 바람을 맞으며 표선 해안가를 달리는 '선라이즈 런'과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바이크 라이딩', 오름을 걷는 '포레스트 트레킹', '선셋 요가' 등이 해당한다. 투숙객 만족도가 높은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리조트 내 고객 경험(CX)팀도 신설할 계획이다.


객실 구조를 현대화하고 서비스를 호텔급으로 올리는 전략도 꾀했다. 모든 객실은 기존 주방 공간을 최소화하는 한편 거실과 침실 공간을 확대 및 분리해 특급 호텔 스위트급으로 업그레이드했다. 기본 객실 실평수가 호텔 스위트룸 크기에 맞먹는 63m²로 더 넓은 공간감을 제공한다.

여름에만 한시적으로 운영하던 야외 수영장은 사계절 온수풀로 변경했다. 컨시어지와 인룸다이닝 등을 도입해 고객 환대 및 편의 서비스를 강화하고 100평(330m²) 규모 프리미엄 서비스 공간인 '모루 라운지'를 신설했다.

식음료 역시 강화했다. 제주산 식자재와 제철 해산물들을 활용한 스시 오마카세와 정통 간사이(관서)식 스키야키를 제공하는 공간을 구상했다. 기존 라운지 카페로 운영되던 공간은 정통 이탈리안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다이닝 레스토랑으로 바꿔 고급화 전략을 취했다.

김민수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대표는 "제주도 동쪽에 작고 예쁜 것들을 일반 관광객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곳이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이번 리뉴얼을 진행하게 됐다"며 "제주도 동쪽을 발견하는 중심지로서 베이스캠프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1분기 줄어든 내국인 수요를 회복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제주를 방문한 내국인 관광객은 277만7601명(잠정치)으로 전년 동기(310만1100명) 대비 10.4% 줄었다. 호텔업계 한 관계자는 "제주도가 관광지로서 자기만의 고유한 아이덴티티(정체성)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며 "해외여행 대신 택하는 게 아니라 '제주도만의 무언가를 위해 간다'고 여길만한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제주도관광협회는 제주 관광과 관련한 부정적 이미지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고 지난 9일 밝혔다. 협회는 호텔과 외식업, 렌터카업체, 여행사, 골프장 등 1300여개 관광업체를 회원사로 두고 있다. 협회 측은 "제주 관광과 관련한 부정적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회원사 자체적으로 종사원 친절 및 민원 응대 교육을 실시할 것"이라며 "서비스 질을 높이고 자정 노력을 강화해 관광객 만족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주=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