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 장항지구 상업·업무용지의 ‘대토’(토지를 양도하고 그에 상응하는 새 토지를 받는 것) 보상 과정에서 높이와 용적률 규제 등을 둘러싸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 토지를 제공한 원주민은 “일방적으로 15층 높이 제한이 생겨 피해를 보고 있다”며 지구단위계획의 ‘원상복구’를 요구하고 있다. 장항지구 개발을 맡고 있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이들에게만 특혜를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2018년 12월 이 용지의 대토 보상 계약 체결 당시엔 ‘용적률 900% 이하, 높이 제한 없음, 오피스텔 건립 허용’ 등의 내용이 담겼다. 대토 보상은 공익 사업으로 토지를 수용할 때 땅 주인에게 현금 대신 토지로 보상하는 제도를 일컫는다. 이 부지는 2019년 12월 ‘용적률 800% 이하, 높이 15층 이하, 오피스텔 불허(일부 용지)’ 등으로 계획이 변경됐다.
당시 땅 주인은 주민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 없이 지구단위계획이 불리하게 바뀐 게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15층 규제’는 고양시와 협의를 거쳐 결정됐다. 고양시에서 최근 높이 제한 해제에 동의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LH는 2018년 대토 보상 계약을 맺을 때 대상 토지의 사업계획이 변경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안내했다고 반박한다. 무엇보다 작년 6월 원주민이 최종적으로 대토 공급 계약을 완료한 만큼 현재 상황에서 지구계획을 되돌리긴 어렵다고 주장한다. 이미 토지 매각이 완료된 다른 지구의 원주민도 본인에게 유리하게 지구계획을 변경해 달라고 나설 수 있어 형평성 문제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계약 후 지구단위계획이 바뀐 전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주민은 대토 공급 계약 전 LH 담당자에게 주민 편에서 높이 제한 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말을 들었고, 이 약속을 믿고 계약했다고 항변한다. 한 토지 제공자는 “대토 가격이 2018년 3.3㎡당 2000만원에서 3600만원으로 뛴 상황에서도 고층 오피스텔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계약한 것”이라며 “최초 지구단위계획과 동일하게 원상으로 복구하거나 최소한 30층까지 건축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주민과 면담할 때 층수 제한 등 부분에 관해 확답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올해 1월 이 문제와 관련해 “층수 제한이 과도해 구제해 달라는 신청인의 주장은 일부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된다”며 재검토를 권고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